뻔뻔한 계좌번호

박산 2021. 3. 28. 09:36

「 뻔뻔한 계좌번호 」  

한 다리 건너 소개로 보냈던 원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편집자와 전화 대화 중에     

"계좌번호 문자로 주세요!"    

"내 전화번호와 같고 IBK입니다"   
 
문자도 필요 없이 
금융 소통도 이리 편리한 세상이다   

 
친구 딸 결혼식 
양가 제한된 하객으로 
예식장 가까이 사는 부자 벗 J가 
대표로 참석하겠다 해서 
송금하여 내 축의금 봉투를 부탁했었는데 
J 역시 불참하게 되어 
송금 돌려 주겠다 계좌번호 묻는 중에  

" J야!    

달랑 내가 보냈던 돈만 넣지말고
이왕이면 가난한 이 벗을 구휼하사
구제 금융 좀 보태서 넉넉히 넣어라  

부자 친구 좋다는 게 뭐냐!  

계좌번호가 내 전화번호야
평생 잊을 일 없지?" 


사진: 인천 신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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