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노량진 극장≫ 2008 29쪽
「개나리꽃 한 줌」
운동 삼아 걸어 출근하는 날
아파트 뒷길 언덕배기
초등학교는
야트막한 야산 기슭에
봄이 되어 앉아있다
봄날 소인국에
봄 같은 아이들이 꿈틀댄다
짧은 다리에
끌고 메는 가방이 앙증맞다
웃고 재잘거리는
하얗고 뽀얀 얼굴이 봄빛이다
교문에 서서 인사 나누는
어린 여선생도 봄꽃이다
학교까지 따라 온
젊은 엄마도 봄나물이다
문득 나도 봄풀인가 하다
그 뻔뻔함에 멋 적어 씩 웃어본다
한 꼬마 봄이
병아리 같은 걸음으로
날 앞질러 쫑쫑 간다
가늘고 여린 예쁘고 귀여운 개나리꽃 한 줌 같다
그러다 문득
‘네가 내 나이면 나는 없겠지’ 하니
봄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