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감성적 TV 사기

박산 2021. 1. 29. 09:45


「감성적 TV 사기」

나의 TV 시청 프로그램은 3월부터 10월까지 메이저리그(MLB)가 가장 중요하고 여행 그리고 추리 수사극에 한정됩니다.

지난해 11월 MLB 야구 시즌이 끝나자마자 서재의 작은 내 전용 TV가 맛이 갔습니다. 야구 시즌도 끝나서 시즌 시작하는 봄에나 사야지 했는데, 새해 들어 아내 전용인 거실의 메인 TV에 실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보는 TV야 금액으로 따져 크게 신경 쓸 일 아닌데 온 가족이 보는 메인 TV는 얘기가 다릅니다.

내가 보는 45인치 서재용 TV나 한 대 사면 됐지 했는데, 배보다 배꼽이 한참 더 큰 메인 TV 75인치를 구입해야 한다고 집사람과 딸은 주장합니다.

작은 평수 아파트에 무슨 75인치냐 하고 절충한 끝에 65인치로 겨우 합의(?)를 끝내고 서너 군데 전자제품 판매점을 순례(?)했습니다.

모델을 정해 놓고 세 군데 가격을 비교하는 도중 맨 처음 방문 상담했던 한 서른다섯은 먹었을 세일즈맨 A의 친절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마음에 듭니다. 가는 곳마다 팬데믹 영향으로 직원들만 많지 손님은 없습니다.

두 번째 방문했던 S 점 가격이 제일 저렴합니다. 자꾸 첫 번째 상담했던 적극적이며 세일즈맨십이 잘 훈련된 A 세일즈맨이 생각납니다. 평생을 세일즈맨 생활을 했던 나는 동병상련의 마음이었지요.

이리저리 우여곡절 끝에 A 세일즈맨의 TV를 두 대 구매했습니다. 물론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만약 내가 돈 몇 푼 얄팍한 타산으로 다른 점에서 구입했다면 A의 얼굴이 당분간 밟힐 뻔했습니다.

나 역시 수주(order)가 잘못될까, 평생을 얼마나 전전긍긍 하고 보냈었나, 오늘만큼은 한 건 했으니 A가 이 팬데믹의 지독한 불황에 맘 편한 귀갓길이었으면 합니다.

내 돈 주고 TV 사는 일도 감성이 앞서는 나이가 됐습니다.

계약하러 오후에 다시 갈 때 마트에서 단돈 1만 원짜리 크림빵을 사다 주었는데, 계약 후 귀갓길에 문자 메시지가 떴습니다, [아버지 같으신 고객님, 빵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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