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양반 나였으면 -

박산 2020. 6. 1. 10:25

[休]: 이광무

그 양반 나였으면 -

 

오늘 참 괜찮은 양반 만났어요

넉넉한 풍채 소탈해 보이는 입성

벌컥벌컥 막걸리를 어찌나 맛나게 마시는지

덩달아 나도 벌컥벌컥 마셨지요

 

 

술술 뱉어내는 한 마디 한 마디

누구나 살아왔던 그렇고 그런 얘기들이지만

어찌나 진솔하게 풀어 놓는지

뭐 입담이 뛰어나기보다는

좌중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었어요

 

 

알고 보니 이 양반 시를 쓴다네요

고향이자 여전히 진화 중인 도심에서 서성거리며

과거 현재가 비벼진 뒷골목 혼잡한 냄새들을

붓 터치 거친 꾸밈없는  수채화처럼

붉은 건 붉게

파란 건 파랗게

검은 건 검게

그냥 그렇게 쓰고 있다네요

 

 

독자를 의식하고

문학을 거창하게 들이밀어

유명해지고 싶은 그런 맘은 애당초 없었다네요

 

불콰해진 얼굴로 웃으며 말하길

고백하지만 세상사 온통 화나는 일이 수두룩하지만

자신에 성냄 없으려 엄청 노력 중이며

누군가에 도움 되는 일 하다 죽는 게 꿈이랍니다

 

 

비판보다는 칭찬의 언어들에 익숙해져서 집에 왔는데

금세 보고 싶어지네요, 그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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