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동안 뭐 별것도…

박산 2020. 7. 29. 10:16

                                                                           豊饒(이광무 畵)

 

 

 

닷새 동안 뭐 별것도… 

 

 

쓰고 찾고 저장하고

듣고 보고 소통하고도

쥐고 있어야 안심

그것도 모자라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신줏단지 모시듯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내가 주인이어야 마땅한데

버리자! 이눔을 버리자!

it's 100% impossible!

 

그럼 이틀만아니 하루만이라도

 

지하철에서

앉고 서 있는 젊은 다수는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에 머리 박고는

구린 입도 안 떼고 문자를 두드리는데

검고 붉고 푸른 옷차림의

내 또래 60대 남녀들은

주위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통화 중이다

공연히 내 얼굴이 붉어진다

 

독한 맘먹고 닷새를 버렸다

 

헤어졌다 만난 애인 입술 열 듯 다시 켰다

 

도심이 싫다고 지리산 자락 사는 W

짜증스런 문자를 남겼다

-아니 왜 전화를 안 받아?-

도사 되긴 힘든 친구다

 

자주 소통하는 단톡방 다섯 군데에

-69 28 19 45 39- 로또 같은 두 자리 숫자와

열다섯 군데 개별 톡의 숫자가 보이고

입출금 은행 카드 관련 문자가 여섯 군데

뭔 일이냐? 묻는 카톡과 중복된 문자 몇 개 등등

 

낄낄낄! 닷새 동안 뭐 별것도 없었다

다음 목표는 열흘 버리기다

 

 -[인공지능이 지은 시]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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