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동안 뭐 별것도…
쓰고 찾고 저장하고
듣고 보고 소통하고도
쥐고 있어야 안심
그것도 모자라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신줏단지 모시듯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내가 주인이어야 마땅한데…
버리자! 이눔을 버리자!
it's 100% impossible!
그럼 이틀만… 아니 하루만이라도
지하철에서
앉고 서 있는 젊은 다수는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에 머리 박고는
구린 입도 안 떼고 문자를 두드리는데
검고 붉고 푸른 옷차림의
내 또래 60대 남녀들은
주위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통화 중이다
공연히 내 얼굴이 붉어진다
독한 맘먹고 닷새를 버렸다
헤어졌다 만난 애인 입술 열 듯 다시 켰다
도심이 싫다고 지리산 자락 사는 W가
짜증스런 문자를 남겼다
-아니 왜 전화를 안 받아?-
도사 되긴 힘든 친구다
자주 소통하는 단톡방 다섯 군데에
-69 28 19 45 39- 로또 같은 두 자리 숫자와
열다섯 군데 개별 톡의 숫자가 보이고
입출금 은행 카드 관련 문자가 여섯 군데
뭔 일이냐? 묻는 카톡과 중복된 문자 몇 개 등등
낄낄낄! 닷새 동안 뭐 별것도 없었다
다음 목표는 열흘 버리기다
-[인공지능이 지은 시]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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