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만세!

박산 2018. 7. 2. 14:03

 


                                                           (1990년 대 초, 美 머스키곤 야외 공연장에서 左 젊은 박산)  

 


‘대한독립만세!’

 

 오래 전에 미국 회사 일할 때 겪은 일입니다.


회사 동료인 스티브와 제인 부부는 종종 저녁 같이 먹는 사이 입니다.

어느 날의 저녁 그들 얘기 실실 들어 보면 재미있습니다.

기술학교(college)를 졸업한 아들 녀석이 집에서 나갈 생각을 안 하고 있으니

어떻게 쫓아낼까 궁리 중입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아비인 스티브는 여행용 가방을 선물하기로 했고

엄마인 제인은 양복을 한 벌 사주기로 했습니다.

여행용 가방은 집 나갈 때가 됐으니 보따리 싸라는 비유적인 암시였고

양복은 이제 어른이니 어른답게 차려입고 독립 하라는 또 다른 암시였지요.

      

 듣고 있던 나는 뭐가 그리 급해 아이를 내 보내려 하느냐 반문 했습니다.

내 질문이 어이가 없었던지, 그럼 다 큰 놈을 언제까지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데리고 사냐? 며 아주 단호한 어조로 말 합니다. 

스티브의 이 말이 끝나자마자

제인은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와서 살았다고 자신의 독립심을 자랑스레 말합니다.

 

 여러 대화가 오고 갔지만 

그날 얘기 흐름의 주요 테마는 

부모는 낳아서 최선을 다해 기르며 자식 사랑을 맛보았고 

자녀 성장 후에는 

서로(부모와 자식)의 독립으로부터의 경제적 사생활적 각각의 자유를 누릴 시간을 갖아야 한다는 

결론 이었지요.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그들의 말 중에  

독립을 미루는 젊음 그 자체는 

자칫  '사회적 장애(social disable)' 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나 역시 나이 든 자식의 아비가 되었는데 

과연 우리 아이는 이들이 말한

‘사회적 장애’에 벗어나 있는지 

아니면 아비인 내가 혹시 내 아이의 독립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애’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새삼 생각해 봅니다.  

  

                     

* 군대까지 갔다 온 아들 녀석이 친구를 데려와 집에서 잤다. 

그 다음날 어머니는 늦잠 잔

  아이들 밥해주려 중요한 약속을 취소한다.


* 대학 졸업하는 딸년이 졸업식 때 입고 갈 옷을 사러 같이 가자고 전화를 거니 

지방에서   사적인 모임을 갖고 있던 그 아이 어머니는 

부랴부랴 서울 집으로 올라온다.


* 대학생 아들이 집에 들어오니 제 어미가 없어 밥을 못 차려 먹는다고 휴대전화를 한다.

  놀란 어미 식은 땀 흘리며 들어와 다 큰 자식 젖 먹이는 모양으로 밥을 해준다.


* 대학등록금은 당연하고 대학원등록금도 다 부모 차지다. 

그래도 자식은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돈 내주는 부모는 매우 자랑스럽다.    

           

* 장가들겠다고 색시를 데리고 온 아들을 보면 

돈 없는 아버지는 살 집 마련하는 일로 가슴이 조여 온다.

* 딸년 시집보낸다고 보통의 부모는 은행 빚 내서 혼수 장만한다.


* 시집간 딸년은 손이 없는지 시시때때로 김치 먹으라고 만들어 바친다.


* 장가들어 자식까지 둔 아들 놈을 밥 굶을까 밥 먹었냐 매일같이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 장가 간 놈이 걸핏하면 부모에게 돈 달라고 손 내민다.


*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자식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해서 왜 안 오냐? 고 다그친다.

 


 절대 미안해 할 줄 모르는 자녀와 절대 부끄러운 줄 모르는 부모가 다 ‘사회적 장애’라는 .

생각이고 태극기 둘러 외치는 ‘대한독립만세!’ 는 폼 나는 구호일 뿐입니다.


 

P.S:  십년 전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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