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사 칠성각 댓돌에 앉아 -

박산 2018. 6. 15. 16:51

 

 

 

 

 

 

 

봉원사 칠성각 댓돌에 앉아 -

 

학생 술집 병원 자동차

이들이 질러대는 신촌 소음을

안산에 걸린 노을이 말없이 품어줄 때

 

고만고만한 연립주택이 늘어선 언덕을 올라

인적 끊긴 봉원사 칠성각 댓돌에 앉았는데

꽃 진 산수유나무와 숲 사이에서

파랑꼬리물까치 한 마리

푸드득 푸드득 저만치 날아갔다가

다시 오길 반복하며

손 내밀면 앉을 듯이 나를 맴돈다

 

이 절집 공양으로 1925-1927

허기진 유년을 신세졌던 아버지 현신인가

 

초등학교 여름방학을 여기서 지냈던

내 기억 속 1962~1964

목탁을 두드리며 새벽 예불하시던

남양 홍氏 스님 할아버지

혼백으로 반기시는 말씀이

 

“이놈 산이 왔구나!”

 

벌떡 일어나 두 손 모아 합장으로 드리는 말

 

“예! 새절할아버지 산이 저 왔습니다, 곡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사늘한 바람이 처마를 타고 어둠을 불러왔다

 

파랑꼬리물까치의 수선거림도 잦아졌다

 

 

* 어린 시절 봉원사를 우린 ‘새절’이라 불렀다.

  부모 잃은 두 형제(아버지 작은아버지)를 거두어 키워주던 남양 홍氏 양할머니가

  노량진 논두렁 루핑집에서 삯바느질로는 애 둘 먹이기 너무 힘들어

  스님 동생이 있는 새절에 데리고 가서

  중 만들어 주시게나! 그러면 애들 밥은 굶지 않겠지! 하고 맡겼다.

  그 은공으로 살아가는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새절에 가시곤 했고,

  여름방학이면 나도

  세브란스 뒤 언덕길을 올라 새절에 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