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08

박산 2018. 6. 20. 13:06

                                                            음유시인 현승엽 가수와 공연 중이신 이생진 시인(2018/05/25)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08번째(111+97)} 
2018년 6월 29일 금요일 6시(잔치 관련 1시간 앞 당겨 시작합니다)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97)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유월은 진흠모 여덟 번째 생일입니다. 
행사 관련 1시간 앞 당겨 6시 1부, 2부 시작합니다. 

1. 111+97 도합 208번째 모꼬지 생일 축하하며 시작합니다. (동영상 by 김명중) 

2. 진흠모 인사島 무크지 4호 배포 

3. 편집인 소개의 辯 

4. 무크지 작가들 음성 직접 듣기 

5. 감사패 증정 

6. 플루트 연주 (김문자)

7. 2부 작은 잔치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07번째} 스케치 / 2018년 5월 25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1. 성산 이생진 시비 공원에서: 양숙 

 언제나 주역인줄 알았더니 오늘은…. 
 고맙구나 시비 공원 둘러 바람 막아주는 우람한 성산 일출봉 
 김경영 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에 
 엉겅퀴 가시 누그러뜨려 다소곳하고 무장다리 꽃 발그레한 얼굴 펴고 다가오니 
 토끼풀도 손 앙증맞게 펼쳐 귓바퀴 만들고 
 태평양 건너오느라 지친 파도도 
 우도 앞에서 한숨 누그러뜨리려다 
 냅다 달려와 하얀 포말로 운을 돋우니 
 하늘도 낭송 들으려 낮게 드리우고 
 시비에 쓰인 글귀들도 제 말이다 싶은지 
 벌떡 일어날 기세로 글자가 또렷해진다 

 이생진 시인은 아실까 
 큰바람 달려오는 새벽에 
 당신이 토해냈던 영혼이 
 성산포를 흔들어 깨우고 있는지를 

* 2014.5.11.(일) 성산포 일출봉 바로 앞 오정개 해안.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 19편이 새겨진 시비 공원. 
* 진흠모 편집인/ 시인 
* email: 55yasoo@hanmail. net 

2. 엄마와 소: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여서도-17 

 소들은 네 마리 다섯 마리씩 그렇게 멍하니 바다를 보다가 
 사료를 지고 오는 할머니를 보면 어린애처럼 아주 어린애처럼 뛰어온다 
 억새밭을 지나 동백 숲길을 돌담 언덕을 지나 
 찔레꽃 논둑 건너 할머니가 오는 곳으로 뛰어온다 

 '엄마' 밥을 주는 이는 모두 엄마 
 '엄마' 이것은 한국어가 아니라 배고플 때 터져 나오는 생명의 언어다 
 -시집 <혼자 사는 어머니> 

* 진흠모 가수/ 낭송가 

3. 몸과 마음: 김효수 

 그대 알고 잘 지내던 몸과 마음이 서먹해졌어요 
 그대는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나도 먼 곳이기에 
 몸이 간절히 만나고 싶어도 현실은 너무 어려워 
 매번 허공에 얼굴을 묻고 한숨으로 그리워할 뿐 
 봄날에 개나리 진달래 지는데 그저 그리워할 뿐 
 그런데 마음은 그대가 보고 싶거나 궁금해 지면 
 밤이나 낮이나 바람처럼 슬쩍 갔다 오는 거예요 
 갔다 왔으면 그동안 눈이 빠지도록 기다린 몸에 
 무슨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아무 말도 없이 
 밝은 표정에 이리저리 다니며 일만 하는 거예요 
 그대에 대해 한 마디라도 살짝 해주면 좋으련만 
 초조하게 눈치 보며 기다리다 결국 참지 못하고 
 마음에 단단히 삐진 몸은 점점 벌겋게 달아올라 
 자꾸 헛소리에 땀을 쏟더니 며칠째 누워 있어요 

* 진흠모/ 시인 

4. 나는: 낭송 김미희/ 시 양숙 

일월에는 
 운문사 학당 섬돌 위 어깨동무하는 검정 고무신들 따뜻하게 데워주는 한 줌 햇볕이고 싶어요 

이월에는 
 부석사 언덕길 쓸어내는 사미승처럼 당신 가슴에 정갈함 남기는 한 자루 싸리비이고 싶어요 

삼월에는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갈 길 잡지 못해 망설이는 새내기에게 불회사 들머리 석장승이고 싶어요 

사월에는 
 다산 백련사 붉은 동백꽃 송이처럼 평안한 당신 가슴속으로 그냥 ‘뚝’ 떨어지고 싶어요 

오월에는 
 생각의 실타래 풀지 못해 꼬인 몸 주체 못 하는 상산사 등나무 그늘시렁 받침대 기둥이고 싶어요 

유월에는 
 해인사 팔만 대장경각 유자창 넘나들며 부처님 말씀 고이 간직하려는 한줄기 바람이고 싶어요 

칠월에는
 ‘따로이되 하나’라며 가람들 구획 지어주는 대둔사 이끼 낀 죽담 위에 오롯이 가부좌한 연보라 들꽃이고 싶어요 

팔월에는 
 천년 세월 말없이 웅변하며 시원한 그늘 드리우고 당당하게 서 있는 무위사 앞마당 느티나무이고 싶어요 

구월에는 
 소리 죽여 숨 쉬며 출가만을 기다리는 통도사 뒷마당 어깨 넓은 항아리 속 곰삭은 고추장 된장이고 싶어요 

시월에는 
 개심사 뜰아래 타는 단풍 거느린 작은 연못 다듬어진 외나무다리처럼 편안함 건네주고 싶어요 

십일월에는 
 겨울을 등에 업고 추적추적 찬비 내리는 오후 칠불사 亞字방 구들 데우는 참나무 장작이고 싶어요 

십이월에는 
 털 가진 뭇 짐승 구제 위해 통북 울리려 마곡사 요사채 마루에 놓여 있는 손때 묻은 북채이고 싶어요 

그러고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하다 지쳐버린 당신 가슴에 맑은 향 담아내는 분청 찻잔이고 싶어요 

* 낭송가/ 시인 

                                          보헤미안 천승현이 이생진의 시에 붙인 노래 '섬 묘지' 를 부르고 있다 


5. 작은 새: 김중열 

한강다리 난간에는 언제적부터 희망을 주는 글귀가 써 있다. 난간에 기대여 해거름에 물결따라 노닐다 
여인의 유방을 본다 그 것도 한쪽만이 봉긋 솟고, 젖꼭지 언저리에 작은 새 한마리가 무어라 쪼아린다. 
담배를 피우던 한 나그네 손사래치며 허우적인다 그는 난간을 넘어서 홀로 있는 작은 새에게 달려간다 
나는 그 새를 보고 이리로 날아오렴 주문을 외우고 해넘이 되어 구름과자로 유혹을 한다 

차들은 쌩쌩 달리고 강가의 아파트도 소란을 떠는 이 밤에 그 새와 고독이 무엇인지 떠들어 보자 주문을 한다 
잠시후 한쪽인 젖무덤만 팽팽하게 남겨지고 혼란했던 회색빛 돌섬도 어둠 속에 사라진 한강다리 난간에서 
사라진 작은 새를 찾으려다가 그를 불러 뻐스를 타고 그 안에서 작은 새를 찾고 있더란다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6. 우리가 어느 별에서: 낭송 허진/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진흠모/ 시머마 이끎이/ 낭송가/ 시인 

7. 튤립 밭에서: 권영모 

 튤립을 보다가 깊이 들어가 버렸어 
 바라보고, 마음에 담고, 사진을 찍는데 
 튤립 틈에 보이는 것은 인파 

 내 가슴에 있던 것 아니었어 
 수없이 많은 얼굴마다 분칠을 하듯 
 나름 뽐내고 있어 
 문득 사람 틈에 나는 무슨 모습일까? 
 화려한 저 튤립처럼 내세울 것 하나 없고 
 저물어 가는 삶이 시든 꽃잎인가 
 기다리는 사람 찾아오는 사람 
 저런 날들이 또 찾아올까? 

* 진흠모/ 서예가/ 시인 

8. 산길: 낭송 김경영/ 시 황금찬 

 산길은 꿈을 꾸고 있네 아름드리나무 뒤로 숨고 뻐꾹새는 한낮을 울어 골을 매우고 있네 
 긴사연이 영마루를 넘어 갔다 기다리는 마음이 산길이 되네 산길은 꿈을 꾸고 있네 
 진종일 혼자서 꿈을 꾸었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9. 내가 꿈꾸는 건 여행이다: 박산 

 아마도 그건 사내가 찾는 여인일지도 모르겠고 
 여인이 찾는 사내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되었건 분명한 건 자유다 
 익숙하게 뭉쳐있는 것들로부터 떨치고 나와 보니 홀가분하다 

 날개가 어깻죽지 아래로 튀어나왔다 
 어설펐지만 천천히 날았다 

 나는 구름 속 들어 詩를 썼고 
 구름은 꽃에 비를 내렸다 
 샘 많은 바람은 꽃비를 흩뿌렸다 

 여름이 지나갔지만 가을도 좋았다 
 마음이 하얘지는 겨울은 그 순수함에 더 좋았다 
 환한 색칠에 기진한 봄은 가볍다 

 잊었던 기억들이 꿈으로 나타났다 
 큰소리치지 않았고 크게 웃지 않았다 

 제 삼의 누군가 나를 말하는데 
 거통이라 하든 말든 신경 쓸 일 아니다 

 가고 싶은 곳에 그냥 가면 된다 
 발바닥에 발동기가 달렸다….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32쪽)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아홉 살 난 박호현 어린이가 이생진의 시 '숲 속의 사랑'을 읽고 있다  


10. 꽃향기: 이생진 

 산책길에서 매화꽃을 보고 좋아했다 
 그 향기 도망칠까 봐 들이마신 숨 내뱉지 않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번엔 진한 화장 냄새 
 나는 여기서 매화꽃 향기를 놓쳐버렸다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아침 산책하면서 매화꽃 향기를 그대로 가지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유난히 짙은 향수를 뿜는 분이 계셔 
    내가 그 향수에 질식할 것 같아 쓴 시입니다. (중략) 

    ‘실패한 사람들 끼리’ 라는 만재도 섬 이야기를 읽어 보겠습니다. 
    실패하면 섬에 간다고 했던 대통령들이 섬에 가지 않았습니다. 
    내게 왔으면 섬에 대해 알려주었을 터인데 (중략) 

    지난 주에는 김효수씨 현승엽 가수와 울릉도를 다녀왔습니다. 
    울릉도에서는 통구미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거기서 시를 읽고 싶어 시를 읽었습니다.(중략)

    그런데 가만 보니 울릉도는 실패한 사람들의 세상이 아니고 
    성공한 사람들이 좋은 곳의 땅을 구입해 좋은 집을 짓고 살고 있어 
    여러 가지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략) 


* 열혈 진흠모 부산 이명해님이 산성막걸리를 싸 들고 똑똑한 손자를 데리고 참석하셨습니다. 
  손자 박호현 어린는 이생진의 시 ‘숲속의 사랑’을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낭송하였습니다. 

* 허진님이 화천군으로 귀촌한 인사가 있었습니다. 

* 잠시 몸이 불편했던 보헤미안 천승현 가수가 회복된 모습으로 참석해 
  이생진의 시에 곡을 붙인 ‘섬 묘지’를 들려 주셨습니다.
  더 큰 건강이 있기를 바랍니다. 

 * 늦은 시간까지 유재호의 노래와 현승엽과 함께하는 선생님의 재밌는 담론으로 오월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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