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사 칠성각 댓돌에 앉아 -
학생 술집 병원 자동차
이들이 질러대는 신촌 소음을
안산에 걸린 노을이 말없이 품어줄 때
고만고만한 연립주택이 늘어선 언덕을 올라
인적 끊긴 봉원사 칠성각 댓돌에 앉았는데
꽃 진 산수유나무와 숲 사이에서
파랑꼬리물까치 한 마리
푸드득 푸드득 저만치 날아갔다가
다시 오길 반복하며
손 내밀면 앉을 듯이 나를 맴돈다
이 절집 공양으로 1925-1927
허기진 유년을 신세졌던 아버지 현신인가
초등학교 여름방학을 여기서 지냈던
내 기억 속 1962~1964
목탁을 두드리며 새벽 예불하시던
남양 홍氏 스님 할아버지
혼백으로 반기시는 말씀이
“이놈 산이 왔구나!”
벌떡 일어나 두 손 모아 합장으로 드리는 말
“예! 새절할아버지 산이 저 왔습니다, 곡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사늘한 바람이 처마를 타고 어둠을 불러왔다
파랑꼬리물까치의 수선거림도 잦아졌다
* 어린 시절 봉원사를 우린 ‘새절’이라 불렀다.
부모 잃은 두 형제(아버지 작은아버지)를 거두어 키워주던 남양 홍氏 양할머니가
노량진 논두렁 루핑집에서 삯바느질로는 애 둘 먹이기 너무 힘들어
스님 동생이 있는 새절에 데리고 가서
중 만들어 주시게나! 그러면 애들 밥은 굶지 않겠지! 하고 맡겼다.
그 은공으로 살아가는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새절에 가시곤 했고,
여름방학이면 나도
세브란스 뒤 언덕길을 올라 새절에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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