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뻥쟁이

박산 2018. 4. 10. 09:04

 

 

 

봄 뻥쟁이 ㅡ

 

노들나루 능수버들

축축 늘어지던 날

 

울 아부지 강 건너 문안 다녀오시면서

광화문에 소나기 쏟아져

사꾸라가 다 떨어졌는데

노량진은 햇볕 쨍쨍하네

 

가만히 듣고 있던 고물상집 대머리 홍씨 아저씨 왈

고향에서 소 몰아 밭갈이 하는데

소 등짝 딱 반만 비가 옵디다

 

어린 내가 듣기에도

봄 뻥이 셌다

 

봄나들이 나선 푸른 새벽

아파트 화단 흰목련

열다섯 소녀 봉긋한 젖 몽우리처럼

고개 빼꼼 내밀어 수줍었는데

깜깜 밤늦은 귀갓길

화단 가로등 불빛 아래

휘영청 농익어 바람에 출렁이는 게

단골 순댓국밥집 아줌니 젖통이네

 

뻥이 너무 센가?

 

 

(2018 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봄, 다랑쉬굴에서   (0) 2018.04.30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06번째   (0) 2018.04.18
7번국도  (0) 2018.04.09
詩의 마케팅學 개론  (0) 2018.04.02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05회(111+94)  (0) 201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