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놈

박산 2016. 7. 4. 11:05

 

                                                                                                                                                                 Photo By 윤영호


 

순진한 놈-

 

예순 줄 몇이 둘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씩 앞에 놓고

주저리주저리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데

청춘에는 서로 자존심 건드릴까 조심스러웠던 말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경제적 이유로 좋아하는 골프 끊은 사연

집 밥 먹으며 마누라 눈치 봐야하는

맥 빠지는 얘기 등등에 분위기 처량해질 즈음

그 중 아주 순진한 친구 하나가

사정상 오늘 이 자리 불참한 친구를

혀 꼬인 말로 불쑥

“야 걔 말이야, 나이 들면 집도 줄여야 한다는데

 아직도 팔십몇 평에 살고 있어! 청소는 어쩌려구?”

 

'아이구 순진한 놈 같으니

오지랖도 넓으시지 별 걱정을 다하시네

청소는 도우미 아줌마가 하지

그 정도 사는 놈이 청소는 무신… '

이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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