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흠모 111+72

박산 2016. 5. 20. 05:35

 


                                                                                                                                         이생진 시인과 함께한 통키타 그룹 '모통이'(사진 by 스마트폰) 

 


{진흠모 111+72} 2016년 5월 27일 7시 (매월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아까시 꽃보라 : 양숙

    <염천동사: 시집 발간(황금알)>


2. 치성 : 이승희


3. 산책길 : 김효수


4. 대나무 숲 : 유재호 낭송 / 이생진 시


5. 여름 밤에 : 권영모


6. 초승달은 지고 : 김도웅


7. 푸른 오월 : 김경영 낭송 / 노천명 시


8. 촌놈은 무슨 촌놈 : 박산


9. 지팡이와 할머니 - 소모도에서 : 이생진 with 담론

 

 

                                                                                                                                                  백사실 계곡에 핀 금낭화


{진흠모 111+71} 2016년 4월 29일 스케치

  

1. 똥에게 미안한 날 : 양숙

 

자식에게 공부 잘했다고 큰소리쳤다

마누라에게 초상집 간다고 둘러댔다

회사에 두통이 심하다고 핑계를 댔다

골프장 간 거 본 사람 나오라고 했다

그 사람 본적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속에 숨겨둔 통지표가 말짱한데

몇 년 전 둘러 댄 동료 그 댁인데

꽃길 드라이브 말할 수 없이 좋았는데

골프 장갑 끼워준 일 왼손이 아는데

은밀한 방에서 같이 식사 했는데

사방 천지에 설치된 카메라가

단 한 곳만 없다는 것을 믿기에

하지만 그 카메라는 도저히 지울 수 없고

영구보전이라 던데

거짓말하면 똥처럼 말한다고 한단다

애먼 죄 뒤집어쓴 똥에게 미안한 날들

마음속에 게거품이 다시 인다

또 사월이다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yasoo5721@sen.go.kr

 

 

 

2. 인생이라는 거 : 김효수

 

세상에 무서울 것 없어 멋대로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거

모든 생명 먹잇감으로 배를 채우며 사는 인간이라는 거

아무리 다 갖추고 사는 인생이라 하여도

살아가다 보면 하루살이보다 세상 먼저 등지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살며 땀방울 흘려 쌓은 권력에 명예에 돈마저

가을바람에 힘없이 툭 떨어져 뒹구는 낙엽처럼 느낄 때 인생이라는 거

그동안 잘난 맛에 큰소리치며 살았던 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보다 힘으로 탐욕 부렸던 거

늙어가는 속도에 따라 모든 것이 날아가고

홀로 쓸쓸히 거칠어진 숨결 붙들고 저 세상으로 처량하게 걸어갈 때

지난 시절에 참아내지 못하고 혈기를 부리며 살았던 거

약한 존재 한없이 짓밟아가며 욕심껏 채우며 살았던 거

순간순간 하나하나 스쳐 갈 때 눈물에 길마저 흐릿하다

그때 인간답게 살지도 못하고 왜 부끄럽게 살았던 걸까

인생이라는 거 결국엔 허무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마냥 모르는 척 외면하며 세상 영원토록 살아갈 것처럼

권력에 명예에 돈을 모으며 철없는 세상 살았던 것일까

여행길에 잠시 쉬다 가면 그만인데 왜 머물러 살았을까

먼 여행길에 세상이란 짧은 구간 만나서 지나갈 뿐인데

터를 잡고 살아본들 결국엔 놓고 떠나야 할 여행길인데

권력과 명에와 돈을 아무리 많이 쌓은들 무엇 하겠는가

결국 여행도 즐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떠나는 것 아닌가

인생이라는 거 알고 보면 안개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거

짐승보다 의미 있게 살아도 돌아보면 미련에 아쉬움 뿐

 

* 진흠모/ 시인

 

 

 

3. So Beautiful : Written by Saengjin, Lee Translated by Youncheol, Lee

 

So Beautiful

They eat to live though

Eating is so beautiful a performance

Walking along the shore of an estuary where I write poems

Picking up oysters Digging out shellfish Gathering seaweed

Working is beautiful Like the sound of waves splashing all day

They are beautiful

The sound of eating is beautiful

The sound of eating and living is so beautiful Firmly,

I don't write poems though

They are so beautiful like poems

 

아름다워 시: 이생진 역: 이윤철(세무대 영어과 교수) 

 

아름다워 그들은 살기 위해 먹지만 먹는 것이 아름다워

내가 시 쓰는 갯가를 돌며 굴 따고 조개 캐고 미역 따고 일하는 것이 아름다워

하루 종일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처럼 아름다워

먹는 소리가 아름다워 먹고 사는 소리가 아름다워

굳이 시를 쓰지 않아도 그들은 시처럼 아름다워

(우이도로 가야지. p. 52)

 

* 진흠모/ 무크지 발행인 

 

 

                                                                                                                                                        부암동 길 우체통

 

4. 봄날의 꽃 : 권영모

 

벌거벗은 모습으로 긴 겨울밤을 지새운 너 무슨 꿈을 꾸었을까?

가을날 다 내려놓고 떠난 자리 흔적 없는 모습으로 남아있고

꿈에서 그렸던 그 모습일까?

수줍은 모습으로 개화 할 때에

이슬비에도 또 떨어져 내릴 너

겨우내 꿈을 키우며 견디는 동안

그래도 넌 행복했을 거야

꽃꿈을 꾸었기에

수줍어 붉게 물든 너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너

나도 꽃이었다면...

 

* 진흠모/ 서예가/ 시인

 

 

 

5. 범섬으로 도망치기 :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술이 좋다는 것은 상상의 색에 에너지가 된다는 것

한 잔 두 잔 나는 두 잔까지만 책임지겠네

그런데 상상의 매력은 세 잔부터 오는 법인데

석 잔 넉 잔 다섯 잔 하다가 훌쩍 내가 나를 마셔버리고 범섬에서 사는 거지

꿩이랑 토끼랑 천남성이랑 마르지 않는 용천수를 젖줄 삼아

밭을 일구고 들키지만 않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것이 순수성인데 범섬은 일몰이 좋고 볕이 좋아

다음날 솟는 해가 좋아

아무도 모르게 혼자 살만한 곳

왜 혼자 사는냐 그건 묻지 마

사는 방법에 대해서도 묻지 마

대답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단순한 스릴이야

-시집 <서귀포 칠십리길>에서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6.마지막 금요일 : 허진

 

매월 마지막 금요일 나는 仁寺島에 간다

그곳에는 이생진 船長님이 계신다

갑판장 박산쌤 해박하고 지적인 남자 항상 젖어있다 술(術)에

정확히 7시에 뱃고동 울리고 출항을 시작한다

반가운 동료 선원들!!

수많은 사연과 첩첩 쌓인 경륜(經綸)도 뒤로하고

온갖 재능이 넘치는 아티스트들(artists)

개근하는 선원 명부(船員 名簿) 리틀 장사익 유재호 소리꾼, 라인댄싱걸 김경영 낭송가, 깐깐한 機關長 양숙 시인,

은지 같은 누나 윤준경 歌客 시인, 酒님만 사랑하는 김도웅 팝싱어(popular singer) 시인, 酎님 더 좋아하는

法律家 시인 김문수, 酒님 삼총사 장상희 시인

우리의 에너지는 술[酒]이던가 詩인가

아니면 노래인가?

인사도를 출항하는 배 ,고기는 안 잡고 시와 노래만이 가득하네!

긴 머리 소년가수 현승협 통기타 반주&선장님 구령에 모두가 복창한다

바다가 보이면 됐어!! 됐어!! 됐어!!

우리 모두 가슴에 북을 달고 항해한다

소년&소녀처럼 홍건이 적셔온다

설렘이 뼛속으로 다가와 仁寺島를 출항한다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섬으로!

그리운 바다 성산포구로 닻을 올리고 힘차게 노를 저어가자!

노를 저어가자 그리운 바다 성산포구로!!

 

* 진흠모/ 시인/ 낭송가

 

 

                                                                                                                                        한계령에서 온 '한계령'의 작사자 정덕수 시인

 

7. 보령댁 : 김도웅

 

진천으로 시집 간 딸 살 속에 꽃으로 피어 있다

첫 이슬이 담긴 놋주발 앞에서 두 손 비비고

지문 같은 기도가 녹아 있는 물로

밭 갈러 나갈 영감의 아침밥을 짓는다

 

컴컴했던 바람이 말개지고

궁금증이 부드러워지도록 다듬잇방망이를 두드린다

콧물이 깨지는 매캐한 아궁이에

시간의 땔감을 넣어 숨을 불어 넣고 있다

불씨를 건져 어떤 욕구를 어떻게 다림질 하려는지

불티 품은 연기가 그녀의 통증을 훈제燻製하며 흩어진다

 

보름달이 초저녁에 떠오르면

흐릿한 가슴속의 눈시울에서

접동새 흐느낌이 박우물처럼 솟는다

 

잠 부족한 이마의 주름살 따라

먼 풍경 소리의 파장이 찰랑거린다

 

* 진흠모/ 시인

 

 

 

8. 봄이 오면 나는 : 낭송 김경영/시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 이해인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중에서 -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9. 세상 참 편하다 : 박산

 

무식한 내가 유식한 너를

가난한 내가 부자인 너를

머리 나쁜 내가 머리 좋은 너를

못 생긴 내가 잘 생긴 너를

어찌 감히……

 

이리 생각하면 세상 참 편하다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에서)

 

* 진흠모/ 진행자

 

 

 

10. 자살 : 이생진 -세월호 참사

 

죽었다

안개 낀 야산 소나무에 매달아 죽었다

사람들은 그 죽음에 말을 아낀다

약삭빠른 개미는 접근을 꺼리고……

아직 남아 있는 온기 때문인가 아니면 눈물을 함께한 안개 때문인가

시인도 함부로 시를 꺼내지 않는다

아니다 죽기 싫으면서도 죽음에 무릎 꿇어야 하는 패배감 그 심정을 달랠 수 없어 그런다

내 손으로 내 목숨을 끊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간섭하지 말라는 말을 할 수도 없는 죽은 자의 입

죽은 자는 죽는 순간 끝이 난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고통을 참기 어려우면서도 죽음을 찾아가는 아이러니 자살은 아이러니의 족쇄다

소크라테스의 말은 결코 녹슨 말이 아니다 그는 자살을 못 하게 못질해 버렸다

인간은 자기 감옥의 문을 두드릴 권리가 없는 수인囚人이라고 인간은 신이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사람들은 이 말에 꼼짝 못 할 것 같지만 자살을 제 맘대로 남용한다

 

나는 세월호가 침몰하던 다음다음 날 *강 교감이 자살했다는 비보를 듣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라는 숙명적인 명의名義(?) 명의가 뭔데 하며 하늘에 침을 뱉었다

죽음 앞에서는 할 말이 없다 1년 2년 세월이 흘러도 할 말이 없어 무겁게 한숨을 쉰다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 마당에 살아남아 숨 쉬는 지금의 자기는 자기가 아니라며 다시 세월호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하는 몸부림 하지만 물속으로 들어간다고 가라앉은 배가 다시 뜨지는 않는다 죽음을 죽음으로 찾겠다고 안개 낀 산언덕을 넘어가는 강 교감은 외롭다 학사 장교 시절의 책임감과 27년간의 교사 생활로 다져온 경험으로도 이 순간의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누가 그에게 그런 책임을 씌웠나 그래서 사람들은 말을 아꼈고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았다 그날 밤 산언덕은 캄캄하고 안개가 짙게 깔려 쓰러질 듯 쓰러질 듯 걸어가는 강 교감 그의 입에서 허성虛聲이 새어 나왔다 가는 거다 정처 없이 가는 거다 영웅도 호걸도 아니면서 정처 없이 가는 거다 약한 가슴에 대못을 박는 아픔 아프다 힘 없는 몸을 일으켜 세워 더듬더듬 허리띠를 풀어 나뭇가지에 목을 맨다 이게 할 짓이냐 허나 그 수밖에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말밖에 나오지 않는 입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괴롭다며 밀려오는 모멸侮蔑까지 달게 삼키던 입 아이들보고 침착하게 기다리라며 구명조끼를 챙겨주던 그때만 해도 살아서 나갈 빛이 보였는데 그날 저혈당 쇼크만 없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아이들 다 버리고 혼자 살아남은 부끄러움 누가 봐도 ‘저게 교감인가 저만 살아서 어슬렁거리고’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무거운 책임감 그 책임감이 그를 야산으로 끌고 간 것이다 생을 아껴야 하는데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되는데 책임감이 지나쳐 자기 생명을 감싸기 힘들었나 아니 당신만이 책임질 일이 아닌데 생명 하나라도 더 구해내야 하는 판에 죽음은 오히려 역행이다 살아서 더 힘을 내야 했다 죽어서 죽은 학생들을 가르치기보다 살아서 산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 입장이면 그 길밖에 갈 길이 없었을 거다 군자 같은 스승이었다는데 윤리와 도덕을 가르쳤다는데 살아서 돌아와 체육관 가득 찬 눈물과 울분의 소리를 안고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나라고 해도 아니 소크라테스라도 그 순간을 견딜 수 있었겠나 남편이 살아 나왔다는 소리에 반가운 발걸음으로 달려온 아내를 그 길로 돌려보내고 안개 속으로 사라진 그림자 그래도 살면 살 수 있는 건데 살아서 다하지 못한 일 더 하면 되는 건데 살아 있으면 또다시 죽을 기회는 있어도 한번 죽으면 살아날 기회는 영영 오지 않는 거 살아서 남은 힘을 살아 있는 제자들에게 쏟으면 되는 것을 죽음으로 끌려간 강 교감 미안하오 끝까지 살아 있으라고 붙잡지 못해 미안하오 *강 교감: 세월호 침몰 당시 단원고등학교 교감 강민규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담론 : 이 사람(강 교감)을 위해 누군가 말을 해주어야할 것 같아 이 시를 썼습니다.

                          변명해주어야 할 의무감에 이 사람의 유서를 기록해서 읽어보았습니다.

                          27년간을 충직하게 교단에서 일을 해 왔고 교감 승진 발령 1년 만에 이런 일을 당해 선택한 자살.

                          나 역시 평생 학생들을 가르쳐 온 교사의 입장에서 누군가 이 사람을 위해 말을 해야 할 것 같아

                          이 시를 썼습니다.



                                                                           소리꾼 유재호님


* 김태경 박성도님이 인터넷 물어물어 오랜만에 참석하셨습니다.


* 보리수 낭송 시절 함께했던 이병길님이 참석하시어 고 박희진 시인에 관한 기억을 얘기했습니다.


* 기타 연주그룹 모통이(못다한 통키타 이야기: 보컬 성주영) 참석 연주를 들려주셨습니다.


* 언제나 그렇듯이 바쁜 봄 공연 스케줄에도 달려온 진흠모가 자랑하는 현승엽 가수와 이생진 시인의

  퍼포먼스로 봄 한가운데 저희 사월 모꼬지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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