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73

박산 2016. 6. 17. 05:27





{진흠모 111+73} 2016년 6월 24일 7시 (매월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 진흠모 여섯 번째 생일 축하 행사합니다


 * 두 번째 진흠모 무크지 '설렘' 발간 나눔하는 날입니다 


 * 또 다른, 의미있는 '깜짝 행사' 진행합니다 




                                                              양숙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염천 동사(황금알) 참석하신 모든 분들과 나눔했습니다  




{진흠모 111+72} 2016년 5월 27일 7시 (매월 마지막 금요일)  스케치



1. 아까시 꽃보라 : 양숙


달콤한 향 뭉텅뭉텅

온 세상에 사뭇 풀어

어질머리 일으킨다

꽃보라 마구잡이 휘날려

흥겨움 몰이 꽃잔치

뼛속까지 울렁이게 한다

아련한 향기

시나브로 살품 헤집는

아까시꽃 너!


* 꽃보라-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yasoo5721@sen.go.kr


2. 치성 : 이승희


어둑해진 뒤뜰 장독대 촛불 하나둘 올라오면

그 뒤편으로 치성 드리는 그림자 물끄러미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

자식 손자 잘 되라고 밤이면 펼쳐지는 촛불 잔치 그 치성은 아이를 위한 것임을 직감으로 알았다

뒤뜰 장독대 어디로 가고 할머니 떠난 지도 한 세월 어릴 적 그 날의 촛불 잔치 눈에서 지워지지 않네


* 섬 여행가/ 시인


3. 산책길 : 김효수


그대와 가끔 찾았던 산책길 말없이 긴 한숨에 걷는다

따스한 햇살에 산마다 연초록 옷을 걸치고 있는 봄날

아카시아 향기 바람에 자꾸 번져 가는 조그만 산책길

축 처진 가지에 하얀 꽃송이 솜사탕처럼 걸린 산책길

그때에는 산책할 때마다 그대가 있어 이런 줄 몰랐다

아카시아 향기 안게 되어 자욱하게 깔린 따스한 봄날

그대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서러울 줄 몰랐다

곳곳에 소리 없이 숨은 행복한 웃음 사랑스러운 몸짓

아카시아 꽃처럼 피어 흥건하게 옷깃 적실 줄 몰랐다

가을이 되어 붉게 물든 단풍을 보아도 적시고 말겠다

이제는 미칠 것처럼 보고 싶어도 길 하나 지워야겠다

밤을 새우는 삶에 무척 그리워도 길 하나 지워야겠다

그대 없는 길에는 꽃이 흐드러져도 옷깃 적실 뿐이니

단풍이 아무리 아름답게 잘 들어도 옷깃 적실 뿐이니


* 진흠모/ 시인


                                                                                                       부채에 시를 써 이생진 시인과 함께한 김명옥 화가


4. 대나무 숲 :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창문을 열면 흔들리는 것은 대나무

숲 전신주는 꼿꼿이 서 있는데

흔들리는 것은 대나무 숲

바람은 흔들리는 것과 동업한다

대나무의 흔들림이 심하니

오늘은 배가 들어오지 않겠다

배가 들어오지 않으니 아무도 나가지 못한다

그것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이렇게 되고 보니

섬에 들어왔던 사람들이 바다보다 깊은 시름에 빠진다

대나무 밭에 시름이 고인다

대나무는 바람의 육신 한 마리

새가 대나무에 앉아도 흔들린다

감전이다

전신주에 수십 마리의 까마귀가 앉아도

움직이지 않는다 무감전이다

진짜 전류는 대나무에 있다

신장대 귀신이 타고 온 배

귀신이 타고 나간다


* 신장대(神將-): 무당이 신장을 내릴 때에 쓰는 막대기나 나뭇가지. -시집 <우이도로 가야지>에서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5. 여름밤 꿈에 : 권영모


오솔길 풀벌레 소리 따라 얼마를 왔을까? 길을 안내하듯 밝혀 주는 건 별들의 속삭임 같은 깜박임 흐르다

멈춘 작은 물웅덩이 별들이 빠져 물결에 춤을 춘다 내 작은 가슴은 별 속에 빠져 먼 허공으로 여행을 떠난다

세상살이에 지친 영혼 이미 떠난 지 오래 마음은 날개를 펼쳐 날 뿐 문명 다 잊어버리고 저 하늘에 섞여 별이 되어 간다.


* 진흠모/ 서예가/ 시인



6. 초승달은 지고 : 김도웅


툇마루 아래서 소꿉장난하고 뺨에 사락사락 입 맞추며

먼 섬 같은 꿈을 꾸던 요것아

비바람 불어 천 그루 잎이 떨어지던 계절

합장한 손가락에서 빠져 나간 네 눈빛의 끝자락은

구름 속에 스며들었구나

네 기척에 문을 박박 긁던 강아지가

시간을 마구 꾸겨 놓았던 그날

넋의 두께가 마모된 얼굴은 헛것에 놀라

곳곳이 갈라지고 밤은 자꾸자꾸 길어져

네 머리칼처럼 잘라 주어야 했다

텅 빈 의식의 등뼈에 너의 눈망울 같은 구멍을 뚫어

네가 부는 피리 소리를 듣고 싶다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이 술래잡기라면 얼마나 좋겠니


* 진흠모/ 시인




                                                                       처음 참석하시어 시낭송 및 국악을 들려 주시는 전미녀님


7. 푸른 오월 : 낭송 김경영/시 노천명


청자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 잎에 여인네 행주치마에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네가 왠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나던 길섶 어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갈잎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8. 촌놈은 무슨 촌놈 : 박산


폼만 잔뜩 잡는 투명을 가장한 유리로 치장한 빌딩들과

콘크리트 덩이 아파트먼트 주거는

나를 그냥 속 좁은 빈 강정으로 튀겨 놓았을 뿐이다


돈으로 포장되어진 금빛 상표 붙은 의복들과

반짝이는 자동차들로 줄줄 묶여있는 줄도 모르고

도시인입네 하고는 목에 맨 넥타이가 꽉 조이는 줄도 모르고 산다


하늘과 땅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지 별과 구름의 친분 관계가 어떤지

이곳저곳 비집고 샘을 튼 속절없는 강江이 결국 바다로 흘러드는지

도시인에게는 그냥 다 까맣게 칠해진 흑백영화의 한 부분이다


감자 닮은 마누라와 팡팡 찍어 만든 식성 좋은 아이들이

애비 닮아 그냥 한 중학교 정도만 졸업하고

산山 보고 이유 없이 잘되 달라 넙죽 절 잘하는 촌놈이면 좋으련만


엉덩이 시린 변소에서 조간신문 한 장 들고 한 삼십분 읽어대다

“마렵다” 재촉하는 아들 놈 나오라는 소리에

헛기침 한번 하고 코가 쨍하게 뻥 뚫린 마당에서

“아침밥 다 되었냐” 소리치는 촌놈이면 좋으련만


장기 져서 마신 술에 짧은 제 실력 탓 인줄도 모르고

오늘 뒤지게 운 없다 비틀거리며 애꿎은 길가 돌멩이만 발로 차다가

이유 없이 솟는 힘 주체 못해

“이노무 마누라 오늘 저녁 죽어봐라”

그런 촌놈이면 좋으련만


풀 한 포기 키울 줄 모르는 중뿔난 도시인은

전문도 전공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게 다 내 잘난 양

잔 머리만 잔뜩 굴려 나는 “땡그렁” 소리에 취해

도시의 악성 바이러스에 죽어가는 뇌와 내장들의 신음소리를 들을 겨를이 없다


늦철든 썩은 도시인이 모든 게 다 내 병病인 양하여

하늘 올려 별 찾고 달 찾아 나도 촌놈인 양하려니

베란다 한 쪽 늘어선 화분 속에 사는 건들거리는 한란寒蘭 몇 줄기

“제 주제에 촌놈은 무슨 촌놈” 하고는 알지 못할 비웃음이 가득하다


* 시집 <노량진 극장(2008) 중에서> * 진흠모/ 진행자


9. 지팡이와 할머니 : 이생진 -소모도에서


소모도 언덕길을 올라가는 검은 지팡이와 하얀 할머니 지팡이는

할머니를 만난 지 3년 됐고 할머니는 지팡이 없이 80년을 지내다가

지팡이를 만난 후부터는 지팡이 없이 하루도 지내지 못한다


할머니는 나를 보느라 지팡이를 세워놨는데 지팡이는 나를 보지 않는다

할머니는 나를 보겠다고 허리를 펴는데 지팡이만큼 펴지지 않는다

지팡이는 허리를 굽히지 못하고 할머니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지팡이는 할머니 없이 걷지 못하고 할머니는 지팡이 없이 걷지 못하고

이렇게 못하는 것끼리 만나 못하는 일 없이 사는구나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담론: 완도를 거쳐 들어간 소모도에서 할머니가 지팡이를 집고 가는 모습을 보고 지은 시

          '지팡이와 할머니'였습니다, 나이 들어가며 때론 아내보다 지팡이가 더 소중할 때가 많습니다 (중략)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초기 시 몇 편 읽어보겠습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서랍을 저녁에 넣어 두었다' 중에)'을 읽으면서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오'의 느낌을 받았으나

          한강의 시에는 '나는'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 다름을 느꼈습니다

          그의 시 '서시'도 함께 감상해 보겠습니다(중략)


          한강 소설의 뿌리는 시란 생각을 했습니다.

          시를 읽고 쓰고 난 후에 소설을 읽고 쓰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중략) 



                                                                                                            2010 성산포 오정개 해안 이생진 시비 거리에서 (윤영호 사진)


* 오월을 맞아 이생진 시인의 서산여고 제자 이영자님 등이 참석하시어 스승의 날  꽃잔치를 진행하였습니다.

 

* 진흠모 편집인인 양숙 시인의 시집 '염천동사' 발간, 참석한 이 모두가 나눔을 했습니다.

  진흠모 모두 시집 축하드립니다


* 전미녀님이 처음 참석하시어 이생진의 시 '저걸 어쩌나' 낭송을 멋드러진 시조창을 듣게 해 주셨습니다


* 김경영님의 몸풀기 댄스에 이어 유재호님의 김용택 시인의 시에 붙인 노래 '이게 아닌데'  김도웅 시인의 '보리밭' 등의

  노래가 있었습니다.


* 안윤자 김중열 님 등이 처음 참석하시었고 진란 시인, 김밝은(한국문인협회 편집국장)님 등이 오랫만에 참석하셨습니다.


* 제주 우도에서 허영숙님이 우이도 땅콩 막걸리를 보내와 참석자 전원이 땅콩 막걸리로 건배사를 했습니다. 


* 언제나 그렇듯이, 진흠모 모꼬지는 진흠모 가수 현승엽과 이생진 시인의 오랜 경륜의 환상적 퍼포먼스와

  현승엽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노래들로 마지막 봄 오월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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