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윤영호
순진한 놈-
예순 줄 몇이 둘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씩 앞에 놓고
주저리주저리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데
청춘에는 서로 자존심 건드릴까 조심스러웠던 말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경제적 이유로 좋아하는 골프 끊은 사연
집 밥 먹으며 마누라 눈치 봐야하는
맥 빠지는 얘기 등등에 분위기 처량해질 즈음
그 중 아주 순진한 친구 하나가
사정상 오늘 이 자리 불참한 친구를
혀 꼬인 말로 불쑥
“야 걔 말이야, 나이 들면 집도 줄여야 한다는데
아직도 팔십몇 평에 살고 있어! 청소는 어쩌려구?”
'아이구 순진한 놈 같으니
오지랖도 넓으시지 별 걱정을 다하시네
청소는 도우미 아줌마가 하지
그 정도 사는 놈이 청소는 무신… '
이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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