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술-

박산 2016. 4. 30. 07:07






꽃술- 


꽃병에 든 꽃술 꽃잔에 꽃잎 띄워 찰찰 부었다


 

스무 해 전, 김천 농소 그의 무덤으로 상여 들이던날도

희고 붉게 흐드러진 사과꽃 복사꽃으로

꽃잔치가 지어 놓은 꽃대궐 구경으로 슬픔 달랬었는데…


이승의 날 찾아 온 벗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 거긴 좀 어떠신지?

지낼 만하신지?

뭐라 뭐라 소리 낮은 대화들이

오래 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특별히 기억할 것 없는 흑백영화처럼 이어졌다


봄술 몇 잔이 불러 온 잠깐의 침묵을 이기지못하고

나른한 봄 깨우려 눈부신 꽃비가 쏟아져 내렸다

벗이 꽃비 속으로 무심히 사라졌다


붙잡을 정도로 아쉽지는 않았지만

봄술 미련 많아 중얼 거리길

“이 봄 가기 전 또 오시게나 벗이여!

 봄 꽃술은 내가 마련할 터이니!”


너나 할 거 없이 백세를 산다고 노래하는 지금

마흔 둘에 꽃구경 서둘러 봄 소풍 떠났던

불알친구 만태가 어젯밤 꽃수레에 꽃술병 들고 봄 꿈속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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