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흠모 111+71

박산 2016. 4. 22. 13:22


                                                                            이생진 선생님과의 오랜 인연의 소중함을 말하는 정순환님(의사)

                                                                                      * 사진/동영상: 섬여행가 이승희님 외


{진흠모 111+71} 2016년 4월 29일 7시 (매월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똥에게 미안한 날 : 양숙

2. 인생이라는 거 : 김효수

3. So Beautiful : 아름다워 (이생진 시 이윤철 번역) 이윤철 영시 낭송

4. 봄날의 꽃 : 권영모

5. 범섬으로 도망치기 : 유재호 낭송/ 이생진 시

6. 마지막 금요일 : 허진

7. 보령댁 : 김도웅

8. 봄이 오면 나는 : 김경영 낭송/ 이해인 시

9. 세상 참 편하다 : 박산

10. 자살 세월호 참사 : 이생진 with 담론






111+70 스케치 2016 3월 25일 시가연


1. 종로매 : 양숙


볕바르고 평안한 곳에서 고결하다고 추앙 받으며

우아한 별명까지 받은 친구들

선암매, 고불매, 납월매, 화엄매

정말이지 무척 부러웠다


귀청 찢을 듯한 소음과

십여 년 묵어 찌든 매연 거적때기 뒤집어쓰고

밤중에도 대낮같은 조명에 눈 감지 못하고 시달리지만

목숨줄 끊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염화칼슘으로 인한 갈증과

강추위에 가물거리는 의식 흔들어 깨워주는

매년 잊지 않고 들려주는 새해 여는 종소리

올봄에도 여전히 꿋꿋하고 당당하게 꽃 피운다 종로 2가에서


* 선암매- 천연기념물 488 仙巖梅 천년 고찰 승주 선암사

  고불매- 세계 최고 단풍 古佛梅 장성 백양사

  납월매- 눈 속에서 피우는 臘月梅 낙안읍성 부근 금둔사

  화엄매- 각황전 석등에 꽃불 켜는 華嚴紅梅 구례 화엄사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yasoo5721@sen.go.kr


2. 봄 : 김효수


매서운 바람의 꼬리 멀어져 가니 봄이 왔다

어두운 얼굴에 생기 하나 없이 세월 보내던

산이나 들은 기지개를 켜며 푸른 옷 걸친다

목련도 한얀 얼굴 수줍게 내밀고 웃고 있다

마른 가슴에도 정말 봄이 오는지 꽃이 핀다

곱고 예쁜 여인의 꽃 외로웠던 가슴에 핀다

봄은 산에 들에 내 가슴에도 아름답게 왔다

즐거운 삶에 여름이 오더니 비 무척 내린다

결국 장대비 사랑의 꽃 처참히 꺾고 말았다

그렇게 사랑의 꽃을 잃고 눈물로 보내는 삶

긴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앉아 창밖을 보니

작년 봄부터 있었던 일이 머리에 스쳐 간다

세월은 소리 없이 쉬지도 않고 계절을 옮겨

올해도 잊지 않고 봄은 오고 꽃잎은 피는데

빈 가슴에도 봄은 오고 여인의 꽃 피어날까

산과 들 푸르러 봄은 아지랑이 타고 가는데

홀로 걷는 꽃길에 가슴만 검게 태우고 있다


* 진흠모/ 시인


3. 사월의 노래 : 낭송 허진/시 박목월


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 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지를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 진흠모/ 시인/ 낭송가


4. 수인선 협궤 열차 : 이승희


추젓이 나올쯤 어머니는 소래포구로 길을 나섰다

올망졸망 삼형제 조치원역 떠나 어머니 손을 잡고

수원역 두 칸짜리 꼬마열차에 오른다


삶은 계란에 사이다, 과자 몇 봉지

기차 안 어린 삼형제 즐겁기만 하다

어머니 속마음도 모른 체

두 칸짜리 꼬마열차는 덜컹덜컹 느림보 열차

소래 포구 외갓집 가는 길

선로 옆 미루나무 바람에 흔들흔들

염전 갈대 나풀나풀 인사를 한다


* 섬 여행가/ 시인



5. 나무의 여행 :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너는 서 있고 나만 걸어 다녀서 미안하다

너는 서 있어야 살고 나는 걸어 다녀야 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것이 얼마나 기구한 것인지 모르겠다

너도 나처럼 걸어 다닐 수 있다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데가 어디니 바다라고?

바다가 좋다는 것을 너는 뿌리 깊이 생각했을 거다

뿌리는 흙에 묻혀도 마음은 흙에 묻히기 싫다는 거

삶은 유랑인데 어쩌다 너는 꿈에서만 걸어 다니는 나무가 되었니

하지만 너도 나를 보면 불쌍한 데가 많을 거다 -시집 <골뱅이@ 이야기>에서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6. 벤치 : 권영모


텅 비어 있습니다

태양을 피해 쉬어 가던 나그네 하얀 겨울이 내려와 자리 잡던 곳

오늘은 내게 쉬어 가는 이가 없습니다

바람에 가끔 나뒹굴던 낙엽만 구석진 다리 밑에 잠들고 있고

살랑 바람만 사뿐히 들러볼 뿐입니다

벤치의 3월 텅 비어 있습니다

나그네도 하얀 겨울도 나뒹굴던 낙엽도.


* 진흠모/ 서예가/ 시인


7. 가던 길을 버리고 : 김도웅


나는 어떤 행성에서 긁어 낸 잔소리 속에 살아 왔나

잘하는 게 없다니까 지쳤어

내속의 나를 꽉 잡고 부르르 떨며 나가지 못하게 한 나

겁나는 사표를 던지고 유랑으로 변신 해야겠어

땅끝마을 앞바다에 들어가 살갗에 멍청하게 묻은 막말을 씻어 낼 거야

고향 뒷산에 올라 기억이 찢어지도록 노래 부르겠어

서낭나무 아래에서 그놈의 눈물이 모래알이 되도록 핏줄 터지는 기도를 하겠어

그리고 퀸스타운에서 번지점핑을 하며

허공에 걸려 있는 인간의 삶이 어떤 높낮이로 몸부림치고 있는지

크게 눈 뜨고 뜯어 볼 거야


*퀸스타운 : 뉴질랜드 남섬의 세계적 종합 휴양지, 번지점핑의 메카. 계절이 북반부와 반대임.

* 진흠모/ 시인


8. 수선화에게 : 낭송 김경영/시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9. 춘장春葬 : 박산


만화방창 이른 아침 공원 작은 정자 검은 등산복 차림 初老의 두 남자는

안주라곤 달랑 새우깡 부스러기 한 움큼 어적거려 씹으며 종이컵 가득 소주를 부어

목마른 사막의 낙타가 오아시스에 머리 박아 빨아들이듯 단숨에 벌컥벌컥 목구멍을 넘기고 있다.


손바닥만 한 박새 몇 마리가 바로 코앞, 노랑 잃어가는 개나리 덤불 속에서 지비배배거리는 줄도 모르고,

해는 이미 중천에 떠 糊口에 바쁜 사람들이 사라진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벌써 세 병째 병마개가 뒤틀리고 있지만,

큰 소리도 없이 그냥 소곤거리는 모양이 아무리 봐도 점잖은 세상을 살아온 양반들 같은데,

술 끝이 없어 저러다 혹시…, 누군가 ‘이 아침 뭔 깡술을 그리 드시냐’ 말려야 할 시점에,

한 남자가 벌렁 드러누우며 “봄 참 좋다!”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 쯤에서 죽었으면 큰 복인데…” 하며 같이 누웠다.


흰 두건에 들메끈 질끈 맨 상여꾼들의 구성진 해로가薤露歌에 움직이는 꽃상여 둘이 춘장을 치르고 있었다.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에서) 


*해로가(薤露歌): 상여(喪輿)가 나갈 때에 부르는 슬픈 노래.

 사람의 목숨이 부추 위에 서린 이슬처럼 덧없이 사라져 없어진다는 뜻의 구슬픈 가사(歌辭)와 곡조(曲調)로 되었음

* 진흠모/ 진행자


                                                                                                              박희진 시인 육필 원고(2014.06), 진흠모에서


                                                                                  진흠모 모꼬지(2014.06)에서 담론 중인 수연 박희진 시인(1931-2015)



10. 故 水然선생을 생각하며 : 이생진


-2015년 7월 18일 (토) 흐림 水然선생, 서울에서 시 쓰기 좋은 북한산과 도봉산 기슭을 떠난 지 벌써 109일이 되네요 오늘은 아침마다 걷는 산책길을 연산군묘 은행나무공원 주변 둘레길로 하지 않고, 수연선생과 함께 걷던 우이동 솔밭공원으로 했지요. 초원아트빌 4층(好日堂) 베란다에 내놓은 화분이 없어 수연선생의 부재를 더욱 적요하게 하네요. 소나무가 울창한 몽양 여운형선생 묘 앞에는 추모일이 7월19일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우리가 솔밭을 산책하다가 들렀던 호프집은 오두리호프란 이름으로 새 단장을 했네요, 춘천면옥까지 이어지던 약국들이 편의점, 커피숍, 원룸 등으로 바뀌어 솔밭공원을 찾는데 좀 신경이 쓰였어요. 지하철이 들어오면서 우이천 주변의 모습이 많이 바뀌는 듯해요. 그 동안 솔밭공원에 시비(詩碑)가 부쩍 늘었네요. 수연선생과 걸을 때만해도 4,5기에 불과했던 것이 지금은 돌과 나무로 만든 비가 17기나 들어섰어요, 오늘 아침엔 수연선생을 만난 기분으로 ‘소나무여’를 소리 내어 읽었죠. 소나무여, 소나무여, 늘 푸른 소나무여 네가 늙어서, 고색이 창연한 몰골이 되거든 용이나 되어, 승천해 버리거라 지상에서 아무도 네 모습 못 찾게, ‘용이나 되어, 승천해 버리거라 지상에서 아무도 네 모습 못 찾게’ 이 말은 수연선생 자신에게 하는 말 같은데, 내일이라도 내가 저승에 가게 되면 수연선생을 어떻게 찾아가나 하고 금방 길 잃은 애가 되어버렸어요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수연 박희진 시인은 인사동에서 111회를 나와 시낭송을 하다가 수연 선생은 공간시낭독회에 남아 낭송을

                      계속했고 나는 ‘순풍에 돛을 달고’를 거쳐 지금의 ‘시가연’에서 낭송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와의 인연은

                      70년대 혜화동 시절부터, 낭송의 인연이 아주 깊을 뿐만 아니라 집도 같은 동네에 가깝게 있어 산책도 함께하고

                      섬여행도 함께 다녔었습니다. 작년 3월31일 그가 세상을 떠났어도 나는 그를 잊지 못해 위 글을 썼습니다.

                      시도 되고 그를 기억하는 나의 일기도 되고 오늘은 수연 선생을 생각하며 낭송하려합니다. 수연 선생은

                      고독하게 결혼을 안 하고 평생을 혼자 사신 분입니다. 젊은 시절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 에피소드들이

                      1200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전집에 들어있는데 세상 떠나기 전, 철두철미하게 자기정리를 해 놓았고 유고집까지

                      준비한 분입니다. 이런 수연 선생을 여러분과 함께 기억하고 생각하며 3월을 보내고자 합니다.

 


                                                                                                    차꽃 곽성숙 시인

@ 김경영님 몸풀기 댄스로 뒷풀이 시작


@ 유재호 김도웅님 노래


                                                                                                                                                작곡가 노명희님


                                                                                노명희님 노래  


@ 작곡가 노명희님의 이생진 노래 – 황진이, 그리운 바다 성산포



                                                                                                                              섬여행가 이승희님


@ 이인숙 황순남 최명주 정거장 방기식 김정수님등이 참석하셨습니다.


@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가수 현승엽의 노래 자작신곡 ‘春心’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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