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3 진흠모

박산 2015. 8. 24. 10:20

 

                                                                                                                                                            지리산 - 손대기님 사진첩 중에서

 

 

111+63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828일 저녁 7(매월 마지막 금요일)

종로-안국동 방향 인사동 작은 사거리 30m 직진 후

왼쪽 전북지업사 골목 안

인사동 순풍갤러리(‘순풍에 돛을 달고’ 02-733 7377)

 

 

1. 박차고 마치고 : 양숙

 

2. 신기루 : 곽상준

 

3. 길 : 낭송 허진/시 김기림

 

4. 그대, 자랑스런 대한의 꽃 무궁화여 : 최인철

 

5. 오늘처럼 : 권영모

 

6. 염소와 기도 :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7. 중환자실 : 김도웅

 

8. 기다림 : 낭송 김경영/시 모윤숙

 

9. 또, 길을 가렵니다 : 박산

 

10. 더 산다는 거 : 이생진 with 담론

 

 

                                                                                                                                                                  양숙 시인, 이생진 시인, 이광희님  

 

111+62 스케치 (2015.07.31)

 

 

1. 자연스럽자 : 양숙

 

 

몸통 감고 올라 무임승차 한다고

해바라기가 나팔꽃 내치지 않더라

느릿느릿 기어가니 속 터져죽겠다고

오이가 여주 밀치고 치달리지 않더라

종 울리는데 옆에서 돼지 멱딴다고

은방울꽃이 둥굴레꽃 내쫓지 않더라

 

어우렁더우렁 아름다운 세상

 

자연계에는 바벨탑이 없다

 

  * 시인, 진흠모 편집인  

 

 

2. 달 보는 시인 :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수근거린다

'그 사람은 시인이라 하던데'

하루는 장바위산 꼭대기에 올라가

국도菊島 저 너머 수평선을 보고

하루는 물생산 꼭대기에 올라가

염소랑 바다를 보는데 염소 같더라고

하루는 풀숲을 헤치고 등대에 올라가

등대 밑에서 바다를 보는데 등대 같더라고

밤엔 선착장에 나와 땅바닥에 누워 별을 보는데

별 같더라고

혹시 사별한 사람 아닌가

혹시 짤린 사람 아닌가

혹시 자살 기도하는 사람 아닌가 하고

마을 사람들은 이상히 여겨

목사님께 물어 봤대나

그랬더니 목사님 말이

'시인이란 시래기 같은 사람이지만

눈 하나는 수정 같이 맑다'

다음날 마을 여자들은 시인의 눈을 보려고

물길러 가서 마주친 시인의 눈을 보다가

물을 엎질렀대나

-시집 <하늘에 있는 섬>에서

 

 

  * 진흠모 가수, 사업

 

3. 타는 가슴 : 권영모

 

 

널 기다리다

갈기갈기 찢어진 가슴

 

넘쳐흐르던 숱한 날들이

왜 이리도 그리워지는지

 

타다 지친 목마름으로

오늘도 먼 하늘만 바라본다

 

기약도 없는

막연한 기다림

 

말라 터져버린 가슴엔

뜨거운 태양만 머물다 간다

 

타다 지쳐 흉한 몰골의 대지는

기다리다 시름시름 앓고만 있고

 

목마름에 지친 새들조차 힘에 겨워

날갯짓이 왜 이리도 지쳐 보이는지

 

장마에 휘둘린 뒤

모두를 삼켜버릴 태풍마저

자꾸만 기다려진다

 

가뭄에 갈라진 소양강에서

 

 

  * 시인, 사업

 

 

4. 수의를 고르고 나서 : 김도웅

 

 

도둑고양이처럼 살다가

폐목처럼 누워 있다

누가 뭐래도

그늘 속에 거미줄을 타고

한줌의 쌀과 학비를

산신령으로 모셨지

하프의 푸른 음을 절절히 갈망하며

청진기를 꿈에 물든 창문에 대고

별이 그득한 심장을 노렸지

너희들은 눈으로 수군거리며

내 이름을 조금씩 뜯어 하수구에 버렸지

마지막 헛디딘 발이

한 삶의 길이를 결정하여

줄자 속으로 말려들게 하고

눈금의 숫자를 허공으로 날렸다

달이 머리 풀고 멍한 밤

억지 울음에다 욕에 찌든

형광등 빛 한겹 걸친 시신은

차가운 눈총으로 짠 수의로 갈아입고

안됐다는 시늉 몇 가닥에 묶여

관으로 향했다

 

* 진흠모 시인

 

 

                                                                                                                                 처음 참석하신 박수찬님

 

5. 이 순간 : 낭송 허진/시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9 교향곡을 듣는 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 시낭송가, 시인

 

   

 

6. 온 몸으로 우는 꽃: 낭송 김경영/ 시 이지엽

 

동백꽂엔 백악기쯤 큰 새 울음 살고 있다

우항리 남쪽 바닷가 섬들 죄다 울리고

초록의 생생한 눈짓

잎잎마다 반짝 거린다

저 은백의 투신 봐라 뚝뚝 져 다시 사는 꽃

남도 땅 끄트머리 불새가 날아들어

바닷가 돌에 피는 꽃

온몸으로 우는 꽃

아이들은 서로 안고 눈 빠지게 기다렸다

꼭 올 거야 기우는 난간 깍지 끼고

사랑해 고등학교 2학년

착한 눈빛 들이다

상처의 가슴들을 둥글게 감싸 안아

정박아 몸짓으로 네 슬픔을 저장한다

흰 눈발 고해(苦海)의 항로

하늘로 가는 배 한 척

 

 

  *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7. 강아지와 노인 : 박산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털이란 털은 싹 밀어내고

꼬리털만 달랑 남은 흰 강아지

머리에 빨간 리본 두르고

진한 향수 내음이 좁은 공간에 진동

떨어질세라 가슴에 꼭 품은 젊은 주부

예뻐 죽고 못 산다

까만 눈에 대고 쉴 새 없이 중얼거리며

부산하게 입 맞추고 손발 주무르다

1층 문이 열리자

총알 같이 튀어 나갔다

뒤 따라 나가던 노인이

못마땅해 투덜거려 뱉어낸 소리들이

곧 닫힐 엘리베이터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부모에게 저거 반이나 할라나!”

 

  * 시인

 

 

8. 칼로의 슬픔 : 이생진

 

 

*칼로의 그림 앞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칼로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다

허나 그녀는 칼날 같은 눈으로 나를 흘겨보더니

네가 뭔데?

간섭하지 마

그래서 나는

슬그머니 손수건을 집어넣었다

고흐의 슬픔만 슬픔인줄 알았는데

칼로의 슬픔은 그보다 더하다

화살이 박힌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칼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고흐는 면도로 귀를 잘랐고

칼로는 수술대에서 다리를 잘랐다

고흐는 권총으로 가슴을 쐈고

칼로는 눈으로 자기를 쏘는 자의 가슴을 쐈다

결국 그들의 눈에 담고 간 것은

그들이 그리다 간 세상이다

고독의 아픔

그들의 고독에서 피가 난다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1907-1954) 멕시코의 화가

 

이생진 담론:

프리다 칼로의 슬픈 삶에 비춘 고흐 등의 예술가들의 생애를 반추했습니다.

 

 

 

@ 경찰문학에 전도사 최인철 회장의 시낭송과 강원도 문학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 박수찬님 등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유재호님의 노래 섞인 작은 뒤풀이로 진흠모 여름 모꼬지를 보냈습니다.

 

 

 

 

공지:

 

인사무크지 2호 원고 모집

 

 

지난 유월 창간호에 이어 인사2호는

김정욱 양숙 이윤철 박산 4인의 편집인이 의논한 결과

장상인 동인께서 양숙 시인께 건의했다는 주제

'설레임'으로 정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씩의 설렘이 있으셨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시나 수필 등의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본인이 쓴 글을 이메일로 접수합니다.

 

1. 주제: 설레임( 시 수필 잡문 등 형식에 구애 받지 않음)

2. 자격: 진흠모 모꼬지 참가자 누구나 (제한 없음)

3. 원고마감: 2016331

4. 보낼 곳: 양숙 이메일 : yasoo5721@sen.go.kr

 

발행인 이윤철 / 편집인 양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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