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박산 2015. 7. 8. 10:22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평소 잘 보이지 않은 것들이 말을 걸어오고 또렷이 보일 때가 있다. 이런 것들과의 대화가 시다. 시 써서 돈 벌 궁리를 안 하니 시에 비굴할 일이 없다. ”
 
박산 시인이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도서출판 황금알)’을 출간했다. ‘노량진 극장’ ‘구박받는 삼식이’를 펴낸 박 시인은 일상 생활 속에서 시의 소재를 찾아내는 솔직함과 내숭을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을 보여준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유명한 시인 이생진은 추천사에서 “외딴 섬에서 ‘나의 실종’이라는 시를 쓰고 있었는데 그것을 쓰다 말고 자네 시를 읽었다. 읽어가며 재미가 불어나서 열 편만 읽자 한 것이 스무 편 서른 편 하고 긑까지 읽고 말았다”며 “읽고 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네가 다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산 시인의 시 ‘낙산에서 전문’ 

으스름 저녁 

이끼 낀 성곽(城郭) 낙산을 오르다 

전립 쓰고 육모방망이 찬 조선시대 포졸이 된 양 

털레털레 성벽 구멍에 코 벌렁 문 안 기웃거리다 

점잖게 휘영청 뜬 달은 본체만체 

야한 불바다 네온사인 사이사이 

불시에 사라진 조선시대를 느낄 틈도 없이 

바람 타고 드는 온갖 고기 굽는 냄새에  

적막을 깬 입안 혀 감아 도는 갈증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 급해졌다 

 

박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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