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

박산 2023. 4. 30. 08:23

청계천 1 (박산 찍음)

 

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도시인 -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는 핑계로

도시인인 나는 도시를 탈출했다

 

복잡보다는 단순을 위해 탈출한 도시 밖은 일직선이다

일직선은 평화임에 틀림없다

 

하루가 갔다

이틀이 오기 전에 무언지 모를 불안이 다가왔다

빠른 스피드가 싫었던 게 아니다

가슴 졸이며 즐겼던 거다

예측 못할 굴곡진 변화는

지겨웠던 게 아니라 음습한 취미였다

 

안동에서

 

산마루 아득한 논밭 낀 땅 바닥에 그려진 1차로는

누군가 끼어들지 않은 단조로움에 재미없다

이끼가 낄 것 같은 고요에 익숙하지 않은 내 뇌

금시 참을성을 잃었다

 

전투와 이기주의로 포장된

최신 유행 옷을 입은 도시로 결국 다시 왔다

 

다시 머릿속 터질 것이 분명하다

 

덕수궁 돌담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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