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58】
2023년 4월 28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고독이 만들어지는 과정 : 이생진
-두미도頭尾島 폐교
작은 포구에서 어선들이 빠져나가고
텅 빈 자리에 고독이 모여든다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같다
하지만 이곳 운동장은
5년 전에 그렇게 빠져나가고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없는 마을
파도 소리가 시들하다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57】
2023년3월31일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1. 꽃샘추위 : 김효수
가을을 정신 혼미하게 쫓아내고 이 세상 몇 달째 점령한 겨울에
알게 모르게 조금씩 세력을 키운 봄이 아주 큰 싸움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서로 치열하게 한 대를 맞으면 한 대를 때리고 하더니
긴 싸움이 될수록 봄에 힘이 달려 겨울이 항복하고 가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맥 없이 계속 쫓기던 겨울이 흩어진 전열 정비해
쫓는 봄에 마지막 남아 있는 힘으로 일격을 가하며 크게 싸운다
어제는 따스한 햇살에 사람들 조금 가벼운 옷 걸치고 길 걷더니
오늘은 큰 추위에 사람들 잔뜩 놀란 눈으로 장롱 깊숙이 넣어둔
두꺼운 옷을 꺼내 감싸고 바람 끝이 매서운지 몸 움츠려 걷는다
* 진흠모/ 시인
2. 아내와 나 사이 : 낭송 조철암/ 시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아니면 운명?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3. 詩를 쓰면서 : 이원옥
시를 왜 쓰지? 시가 좋아서
시를 왜 쓰지? 고독해서
시를 왜 쓰지? 미워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
가슴에 꿈 한 조각 품을 수 없는 사람에게
삶은 얼마나 팍팍 할 것인가
세월이 데려간 것들을 상실감에 찌든
빈 가슴에서 외로움은 세균처럼 번성해 간다.
따로따로 각자의 상처 안에서
철옹성이 된 사람들 사이를 파고드는
시를 그려본다.
어떤 시는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에 옮겨 심는다.
그리고 그 사람의 시로 다시 자란다.
머릿속 깊은 곳에
가슴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시어를 끄집어내
정성껏 잘 가공해서
보여주고 싶다.
* 진흠모/ 시인/ 사업가
4. 책갈피 : 김중열
오랜 책갈피 속의 내음
지나온 숨결 묻힌 그 노래로
사랑을 불러내어요
바라보던 임, 지나온 연정일랑
잡지 속의 덤이라 쉬이 말하련만
널려진 잡초이라 하여도
어이 잊으라 하오리까
태어나 사랑을 품고 있기에
버팀목 되어진
억세풀로 눈에 버절
희망을 품어 가득하여요
봄날의 새싹으로 살어리라
길섶에 피워진 들꽃 따라
님을 쫓는* 꽃망울로
활짜기 피우겠다 다짐하여.....
송글송글 맺히운 그림자
사이사이 성글진 그런 추억들로
내음으로 그려진 이야기들로
다시금 펼쳐가는 꽃님네들 수다들로
팔랑팔랑
봄바람 소매 속에 파고들며
퇴색된 그날 그날들로
책갈피에 어설피 숨겨 놓고
만화방창 노래들 불러내니
향기 또한 가득하여요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화가
5. 혼자 피는 동백꽃 : 낭송 김미희/ 시 이생진
꽃시장에서 꽃을 보는 일은
야전병원에서 전사자를 보는 일이야
꽃이
동백꽃이
왜 저런 절벽에서 피는지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꽃을 좋아했다면
그건 꽃을 무시한 짓이지 좋아한 것이 아냐
꽃은 외로워야 피지
외롭다는 말을 꽃으로 한 거야
몸에 꽃이 필 정도의 외로움
이슬은 하늘의 꽃이고 외로움이지
눈물은 사람의 꽃이며 외로움이고
울어보지 않고는 꽃을 피울 수 없어
꽃한테 축하 받으려 하지마
꽃을 달래줘야 해
외로움을 피하려다 보니 이런 절벽에까지 왔어
* 진흠모/ 낭송가/ 시인/ 인사동TV 운영위원
6. 가난한 날의 행복 : 김명중
서까래도 술에 젖어 비틀대는 오두막
구멍난 지붕 눈물 섞여 새고요
청초한 밤하늘엔 뭇 별들 내려앉지요
탁발스님 걸음 멈춰 뭐 먹고 사냐 물으면
공상 한 종지에 별똥별 말아먹고 산다며
밥그릇 냉수 한가득 시주하며 웃지요
사랑은 해봤냐 물으면 딸 하나 아들 둘
붉어진 가랑잎 세 개 들어 보이고
중천에 걸린 해 입에 물고 벙긋거립니다
* 진흠모/ 시인/ 경찰/ 인사동TV 피디
7. 인연 : 노희정
어떤 믿음이었을까
오랜 세월 참아 온 인내
오랜 세월 참아진 사랑
무슨 인연이었을까
농다리 두들기며 건너온 시간
얼음보다 두꺼운 추억
우리 인연
너와 나 밧줄로 묶어
뜨거운 바람 불어 흔들어도
매서운 눈보라 휘몰아쳐도
그 자리에서
너만 바라보리
나만 바라보리
* 진흠모/ 시인/ 육필문학관 관장
8. 등불을 끄는 행복-개똥벌레 ;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불을 끄는 일은 행복이 생겼을 때 하는 일
개똥벌레는 불빛으로 책을 읽지 않고
오직 사랑에만 쓴다
여름밤 개똥벌레가 불을 껐다고 무서워하지 말라
그들은 사랑을 찾았을 때 불을 끄는 법이다
ㅡ시집 <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9. 잔 : 낭송 김경영/ 시 이근배
풀이 되었으면 싶었다
한 해에 한 번쯤이라도 가슴에
꽃을 달고 싶었다.
새가 되었으면 싶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목청껏 울고 싶었다
눈부신 빛깔로
터져 오르지는 못하면서
바람과 모래의
긴 목마름에 살고
저마다 성대는 없으면서
온몸을 가시 찔리운 채
밤을 지새웠다
무엇하러 금세기에 태어나서
빈 잔만 들고 있는가
노래를 잃은 시대에 노래를 위하여
모여서 서성대는가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일 뿐
가슴에 남은 슬픔의 뿌리 보이지 않는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0. 지하철 소동 : 박산
등산복 차림의 대여섯 명 소란스럽다
혀가 꼬부라진 걸로 보아 몇 잔씩 걸쳤다
지하철 전세 냈다
검붉게 일그러진 얼굴들은 목소리도 우글쭈글했다
ㅡ 이즘 애들은 어른에게 자리 양보도 몰라!
物以類聚라, 밉상스런 또 한 이가 거들기를
ㅡ 우리 땐 어림도 없는 일이지!
배낭 메고 룰루랄라 산에 다니면서
뭘 그리 자리 앉길 바라나?
당신들도 젊은 날이 더 힘들지 않았나?
옆에 선 법적 노인은 부끄럽다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자유 기고가/ 인사동TV 방송주간
11. 고독이 만들어지는 과정 : 이생진
-두미도頭尾島 폐교
작은 포구에서 어선들이 빠져나가고
텅 빈 자리에 고독이 모여든다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같다
하지만 이곳 운동장은
5년 전에 그렇게 빠져나가고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없는 마을
파도 소리가 시들하다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 유재호, 현승엽 가수의 시노래가 있었습니다.
* 다랑쉬굴 시혼제가 있었습니다(2023.04.15)
*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이생진 시비거리 낭송회》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