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겸손할 때다

박산 2022. 11. 1. 08:59

창덕궁 1 (윤영호 사진작가)

 

11월은 겸손할 때다 ㅡ


계절을 달리하며 묻힌 때를 

11월에는 닦아내야한다 


봄 내음에 취한 척 꽃을 핑계로 

저 여인에 품었던 불손의 찌꺼기를 걷어내고 

 


신사동 빌딩을 간절히 한 채 사고 싶어 

가당찮게 은행을 털 모사로 

신사임당을 무작정 흠모했던 

머저리의 무모함도 퍼내야한다 


어디 그것뿐이랴 


저눔들은 億億 하다 千자를 붙여도 모자라 兆兆하는데 

정작 이눔은 百百 十十에도 움츠려드는 새가슴으로 

괜스레 조상 탓이나 하고 있는 못난 타성도 버려야한다 


낙엽을 낭만으로 감성하기 전에 

가슴속 삭은 낙엽 쓸어내 겸손을 담을 때다


11월은 그래야한다 

 

창덕궁 2 (윤영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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