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준 추억 하나 -
그러니까
9년 전 초여름 이맘 때 즈음해서는
벗 영호와 하릴 없이 도심을 꽤 자주 걸었다
전역 군인으로서
사진에 열정이었던 그와의
그날의 아련한 추억을 되돌려 보면
아마도
동대문에서 만나
성곽 길 낙산을 오르고
혜화동을 거쳐
성북동 길상사를 갔다
부슬비가 부슬부슬 오시는 날이라
걷기에 안성맞춤인 날이었다
젊은 날
외국 손님 접대로 무시로 드나들었던
요정 대원각으로 내겐 더 익숙한 작은 계곡 언덕길 올라
무소유를 주창했던 법정 스님 거처 진영각 툇마루에
습기로 축축해진 방명록에 꾹꾹 눌러 이리 썼다
∞< >∞
스님!
민방위대 출신 박산이
대령 나온 윤영호와
주룩주룩 비 맞고 왔습니다
박산은 비바람 나무 흔들림을 보고
윤영호는 뜰의 비 맞은 꽃을 찍습니다
바람에
꽃에
비에
푸드득 스님이 들어와 계십니다
2013, 07, 02 朴山
∞< >∞
즉흥 글이라 詩랄 것도 없겠지만
아침 구글에서 오랜 사연 하나 꺼내
그때 그 풍경으로
영호가 바짝 코 박아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었던
미약한 비바람에도 버티지 못하고
담장 위에서 살포시 떨어져도 예뻤던
물기 흥건한 땅바닥의 그 붉은 꽃 기억이
마치 까맣게 잊힌 첫사랑 얼굴 떠오르듯
나이 듦의 까닭 모를 Nostalgia로 가슴을 헤집는다
평생 돈을 추구하다 돈도 못 번 박산이
무소유의 선사 앞에 맥없이 조아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