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듣는 아이

박산 2022. 6. 13. 11:09

- 종로 '파고다공원'에는 이런 돌조각들이 있다-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에 2015 황금알 》

 

말 안 듣는 아이 -

 

푸른 하늘 그린 뭉게구름 아래

꽃핀 돌담길 따라가다

호숫가 끼고 돌아 나오는 마을 지나

신작로 탁 트인 너른 들판 지나

뒤도 안 돌아보고 타박타박 걸어

아부지 엄니가 알려준 대로

아이 착하지

하라는 대로

아이 착하지

그냥 고대로 왔더라면

 

물에 풍덩 빠지고

바위에 막혀

오르고 내리다 피멍 들고

분간 못 하고 앞뒤 헤매느라

이 고생은 안 했을 터인데

낮밤 꼬박 새워가며 화를 삭이고

충혈된 눈으로 새벽 맞길 몇 해였나

그런저런 후회막급도 있었지만

 

새치 아닌 흰머리가

귀밑부터 정수리까지

마치 훈장인 양

흰빛도 빛이다

세상 이치 당당히 가르쳐주는 이즈음

그때 그 피고생도

잘한 모험이고 삶의 한 과정 아닌가

지금 듣는 숲의 새소리가

그래서 더 애틋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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