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지平地에 이르러

박산 2022. 1. 1. 08:37

  벗 이광무 화백이 아침 보내온 일러스트는 '상큼 발랄' 자체였습니다.   '2022 光淑이'

                                    

시집 《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시 평지平地에 이르러

 

다시 평지에 이르러

다시 평지에 이르러

다 잊어버렸습니다

 

기억나는 건

붉은 색 망토 입고 하늘을 날던 기쁨과

그 기쁨 배가하려

청록계곡 어딘가에 머물며

가쁜 숨 몰아쉬었던 어설픈 욕망의 시련 뿐

 

이제까지 온 감사함에 대한 예의도

날 수 있었던 건강함도

저 만치 보이는

조금만 의 과욕 만을 따랐을 뿐

 

계곡 맑은 물 속

양손 집어넣고 느낀 청량함은 그 때뿐이고

구름 속 날개 부딪히는 신선함을 그저 당연시 한

나는 받고 먹을 줄만 아는 에고이스트

그 한계는 그 때 뿐 이어야지요

 

산맥이 기지개를 켜고

그를 재운 산하는 아직 여전한데

나는 내려앉아 숨을 고르고

자아는 춤을 추며

또 다시 날아오를 생각에

상념의 평화를 채우고 있습니다

 

가보지 못한 강줄기를 따라 하늘로 오를까

디뎌보지 못한 대지의 흙 한 움큼 집어 하늘로 뿌려볼까

 

이름 모를 풀 한포기 근처

말도 안 붙여주어 서럽고

발길로 채여 항시 아픈 돌멩이 하나 집어 들어

이만치

여기는 내 거다금 한줄 그어놓고

혼자 친 하자해 버리고

돌멩이와 풀 그리고 내가 벌이는 사랑놀이나 만들어 볼까

 

겨울 동백꽃 숲속 밑동 잔설 파다가

모카 향 그윽한 커피에 용해시켜

동백 그 붉은색 도도함에 겪은 설음 잊게 할까

 

여름 폭우 속 힘없는 잎사귀만 무성한 노송

구멍 훤히 뚫린 아랫도리에 움츠려 앉아

그의 비 맞은 차가운 살갗 어루만져

그의 허전함 벗하여 줄까

 

날개는 미명迷明 속의 천사가 가지고 올 것이고

나는 단지 좋아하는 날개의 색깔만 구상할 뿐

 

동녘의 햇살이 기우뚱거리고 나타난 이즈음

심장은 빛의 포만감에 감사하고

만 가지 꿈은 만개의 긍정란肯定卵에 영글었다

 

하나 둘 그걸 깨고나와

내게 다가 올

움직이는 사고의 미생물들과

알알이 하나하나 사연 듣고

보고 + 더듬어

앞서 가든 뒤로 가든

나는

강을 끼고

산이 있는

그 대지를 지나고 오를 뿐

 

 

 

운명이 그 맥을 짚어 나를 요동치게 하더라도

만 개의 나의 난들과 함께

푸른 천사의 날개를 달고

훠어이

훠어이

날아야지

비록 지금 다시 평지에 서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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