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름

박산 2021. 11. 18. 06:59

                  '船的心' 우꾸안쭝(吳冠中,1919~2010) 중국 항정우 미술학교 교수 역임

                              (이돈권 시인 소개)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1 황금알 

 

사람 나름 -

 

여기저기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사귀는 건 좋아하진 않는다

 

물구나무서서

지구를 들었다!”

큰소리치는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하하! 함께 웃어주지는 못한다

 

자주 만나는 오랜 친구라고

꼭 유유상종은 아니다

놀러 가기, 술 마시기 같은 하찮은 일에도

다투기 일보 직전까지 간 적도 많다

 

어쩔 수 없이 얼굴 닮은 형제지간에도

다 제 잘난 맛에 다르긴 마찬가지다

세상은

셋만 모이면 의기투합

친목회 만들어 회비를 걷고

형님 동생 부르다

슬쩍슬쩍 뒷담화로 씹는 재미로 사는 거다

 

나는

이런 것들이 싫은 병에 걸렸다

 

여름 장마 끝난 날

뭉게구름이 그린 몽환적 수묵화와

화려한 단풍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데

그 몽환과 붉은 미소 속

죽어가는 자의 슬픔이나 생각하는

축제 속의 예비 문상객이다

그래 너 잘났다

애당초 고상하거나 고귀하지 않음 잘 아는

나 자신에게 욕지거릴 한 적도 있다

 

아직도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버겁게 느껴질 뿐이다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언어로

적잖은 이야기 나누며 살아오고 있다

 

저 사람이 그런다고

이 사람이 저런다고

그러고 저러고는 살지 못하겠다

물구나무서서

지구를 들었다!"

이런 말은 정말 못하겠다

 

다 사람 나름이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동仁寺洞  (0) 2021.11.25
폼 그만 잡고 자주 보세!  (0) 2021.11.22
선글라스는 폼으로 끼는 게 아닙니다  (0) 2021.11.11
좋은 사람들 끼리는  (0) 2021.11.09
타향  (0) 202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