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그만 잡고 자주 보세!

박산 2021. 11. 22. 12:02

'조계사 뜰'에서 벗과(2021 11월) 

 

폼 그만 잡고 자주 보세!

 

팔팔하던 때야

만사에 따질 일이 많았지만

늘그막 지금에야

무어 그리 잴 일 있겠는가

시간 나면 얼굴 보고

목이 컬컬하면 적셔 주면 되지

 

어제 만나고 오늘 만나고

내일 또 만나면 안 되나?

 

말로만 제행무상이 아니라

오늘은 붉은 셔츠를 입고

내일은 흰 바지에 검은 점퍼를

모레는 파란 모자에 노란 머풀러를 두르고 싶네

서로 변모하는 모양을 보려면

자주 보는 게 우선이지

크게 바쁠 일도 없지 않은가

 

우주 만물에 티끌 하나인 이 벗이

뭔가 잔뜩 있는 양으로

생사에 인과를 꺼내

윤회를 이리 '' 하는 자체가

부처께는 미안할 일일세만

 

폼 그만 잡고 자주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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