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이 불친절한 여자야!

박산 2021. 6. 2. 16:02

◁베를린 중앙역▷ 인터넷 캡처

 

 

「이 불친절한 여자야!」

 

한국에서 유레일(유럽 기차) 티켓을 예매했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라이프치히 경유해서 드레스덴에 도착하는 2016년 당시 4인 약 30만 원 정도 금액이었는데, 아뿔싸 티켓을 깜빡하고 집에 놓고 왔음을 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여행자로서는 계속 이어지는 스케줄에 지장을 받을까의 당황스러움이 앞서지만 액수 또한 작지 않았으니 쉽게 포기하기 어려워, 그 큰 베를린중앙역 3층 클레임 담당 오피스를 물어물어 찾아가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컴퓨터 상에 해외 예매 리스트가 남아 있을 터이니 다소의 페널티를 물 각오를 하고는, 당연 한국 같이 상냥하고 친절한 역무원이 컴퓨터를 두드려 확인하며 여차저차 친절한 안내 설명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건 천만에 만만에 나만의 착각이었다.

 

몸통 살집이 여기저기 막 튀어나올 것 같은 가슴과 허리가 구분이 안 되는 여성이 나의 열정 어린(?) 호소에도 시종일관 무표정한 표정으로 귀찮다는 듯이 컴퓨터 자판 두드릴 생각은 단 1도 없이 팔짱을 낀 채로 내 말 끝마다 오만하게 내 뱉은 말은 노!, !, ! 였다.

 

보상이고 뭐고 '뭐 이런 인간이 있나' 하고는 기분이 확 잡쳐 예의고 뭐고 싹 사라지는 순간 짜증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외국인으로서 "서비스가 우선하는 그것도 선진국 철도 공무원이 너 왜 이리 싸가지 없이 불친절하냐?" 따져보았자 나만 손해인 걸, 대신에 절대 그들이 못 알아 듣을 우리 말로 분풀이를 대신했다.

 

쌍시옷과 을 적당히 섞어 "에이 ㅆㅂ! 세상에서 가장 불친절하고 치사한 같으니라구! 됐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이리 중얼거리면서 나오니 울화가 좀 풀렸다.

 

우리 속담에 '동냥은 못 주더라도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규정상 보상이 불가하다면 그대로 설명해 주면 된다. 티켓을 두고 와서 당황한 여행자에게 미소는커녕 시종일관 '너 같은 인간들 한둘이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노!, !, ! 라니, 독일회사 일을 오래 했었고 맺고 끊음이 분명한 독일인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음에도 이날의 기억은 아주 불쾌한 독일로 남아 있다.

 

Dieses unfreundliche Mädchen!

디시스 온퍼인드리히 메히켄!

(이 불친절한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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