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28

박산 2015. 7. 4. 09:52

     

     

     

     

     

      Photo by 김연선

     

    111-28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9월 21일(매달 마지막 금요일- 추석 연휴로 한 주 앞 당겼습니다)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달고(733-7377)

     

    1. 지하철 IT 夫子 - 양숙

     

    2. 섬 무덤 하나 - 유재호 낭송 (이생진 시)

     

    3. 死者의 변 - 김미자

     

    4. 인사동 모꼬지 스크랩 - 김문수

     

    5. 그리운 바다 성산포 외 - 노명희 노래

     

    6. 낙엽의 꿈 - 김경영 낭송 (김소엽 시)

     

    7. 아침 - 김낙필

     

    8. 마지막 정사情事 - 박산

     

    9. 변규만 -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어느 멋진 날에 

     (노래 그리고 플롯 연주)

     

    10. 강남스타일 風 - 이생진 with 담론

     

     

     

    111-2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스케치

    8월 31일 7시

     

     

     1.

    독백 - 낭송 유재호(이생진 시)

     

    적어도 양산봉에 오르려면

    열 번은 뒤돌아봐진다

    그만큼 아름다운 것은 지난 뒤에도

    뒤돌아봐진다

    오를수록 윤기가 흐르는 동백잎도

    실은 추억의 기름 덩어리다

    혼자 있다고 추억이 없는 것은 아니니

    혼자를 업신여기지 마라

    더 오르면 바위가 땀을 씻으며 기다리고 있을 거다

    바위는 무뚝뚝하면서도

    곧잘 희생을 감수하는 법이다

    가령 엎드려서 앉았다 가라고 하거나

    쉬어서 땀을 씻으라고도 한다

    절대로 바위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오래 살면서도 바위처럼 건강해야 한다

    이런 데서 혼자라고

    귀신을 만날 염려는 없다

    그들은 일찍부터

    너보고 귀신이라고 했다

    귀신도 고독하면 사람이 그립단다

     

     

     

    *이생진 시집 <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에서

     

    * 봉재 사업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歌客

     

     

    2.  

     

    안개 기둥 뒤 - 김미자

     

    또 ‘미친다’ 한다.

     

    감히, ‘쉬는 시간’을 입에 담은 열일 곱,

    ‘너여야만 해’였음에도 ‘제발’로 배반당한 스물의 청년,

    면벽 수행하듯 애들 다 키워놓은 쉰 지난 여자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다 떠나보낸 17평 기러기 남자도

    먹물 찌꺼기를 빼내지 못한 사내1, 사내2가 되어

    허(虛)와 무(無), 공(空)을 얘기한다.

    남 얘기하듯 장어집에서.

    분명, 17평 집 밤도 미쳐갈 것이다.

     

    ‘미치겠다’는 말이

    나를 알아달라는,

    ‘아무나’. ‘누구라도’가 아닌 ‘그 누가’ 되고 싶어서인데......

     

    미친 사람 옆에는

    그 이전부터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 교사

     

     

     3.

     

    나무가 모여 숲 같은 것 - 박종희

     

    홀로 크는 나무는 외롭지

    보면 볼수록 각 다른 나무가

    각 다른 얼굴로 살랑이며 모여

    숲을 이루고 행복을 키운다

    해마다 새순을 피워 하늘 향해 달리며

    나무 강국을 꿈꾸지

     

    사람아! 꿈을 꾸자

    혼자서 못하는 일을 향해

    외로움 쓰다듬어 힘이 되도록

    괴로움 서로 위안하여 행복하도록

     

    차고 넘치는 숲을 이루는 나무들처럼

    세상 속에 우리의 꿈이 차고 넘치도록

    꿈을 다지며 미래를 향해…

     

     

    * 과천 문학 동아리 동인 email : pakchong@chol.com

     

     

    http://www.islandpoet.com/sjlee.html(이생진 시인 홈페이지에서)

     

     

    4. 등대의 말은 시다' - 박산 낭송 (이생진 시)

     

    오른쪽엔 하얀 등대

     

    왼쪽엔 빨간 등대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서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멀쩡한 날 하루 종일 마주서서

     

    말없이 지내기란 답답하겠다

     

    오른쪽엔 하얀 등대

     

    왼쪽엔 빨간 등대

     

    흰 등대에선 흰 손수건이 나오고

     

    빨간 등대에선 빨간 손수건이 나올 것 같다

     

    오늘은 그들 대신에 내가 서있고 싶다

     

     

    * 연계시(引喩) -

     

     

    거문도島에서 날아온 시詩 - 박산   

                                                   

     

    여의도 어느 빌딩 속에 시가 날아들었다

     

     

    D증권 초보 애널리스트 스물여덟 먹은 김수영 양은

     

    한강 공원이 내려 보이는 19층 화장실에 앉아 

    이생진의 시집 ‘거문도’를 읽다가

     

    물 내리는 소리가 파도인 양하였다

     

    여의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 속의 거문도다

     

     

    63빌딩 앞 흰 등대에선 흰 휴지가 나오고

     

    밤섬 빨간 등대에선 빨간 휴지가 나올 것 같다

     

     

    거문도 하얀 등대가 여의도에서 중얼 거린다

     

    " 멀리도 날아 왔지

     

    그런데 왜 여긴 날 보아주는 시인이 없지 "

     

     

    이 소릴 엿들은 김수영 양 엉덩이가 공연히 빨개졌다

     

     

    添 :

     

    인유引喩-

    나는 이생진의 시를 인유했다

     

    T.S 엘리엇이

     

    ‘4월은 잔인한 땅,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로 시작하는 그의 시 '황무지'에서

     

    버질로부터 셰익스피어 보들레르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에 걸쳐 교묘한 인유했다

     

    물론 이 시대는 현재와 과거의 비교를 위한 인유였긴 하였지만

     

    나는 흘러간 시인이 아닌 진행형 시인의 시를

     

    그것도 이생진의 시를 인유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5.

    시시한 사제 - 양숙

     

     

    보통 사이 일까?

     

    주고받는 마음 말이다

    오가는 글을

     

    살짝 들여다보니

     

    감동이 슬며시 일더니

     

    어느새 부럽다를 넘어

     

    질투가 살살 일어

     

    배가 아플 지경이다

     

     

    어느 세상에

    환갑 앞둔 제자와 팔순 훌쩍 넘긴 스승이

     

    이리 아름다운 교류를 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그것도

     

    글쓰기의 최고 정점이라는

     

    시를 가지고 말이다

     

     

    난 그저 옆에서

     

    넋 놓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져

     

    인사동 시 모꼬지 오는 발걸음이

     

    두 분 사이 오가는 시처럼

     

    가볍게 둥둥 뜬다

     

     

    이생진 박산

     

    거참 볼수록 詩詩해

     

    나도 덩달아 詩詩껄렁해지려한다

     

     

    * 최근 시집 -‘하늘에 썼어요’ 시인, 교사

    * email : 55yasoo@hanmail.net

     

     

    7.

     

    내가 백석이 되어 - 이복래 낭송 (이생진 시)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 이복래: 시인

     

    눈부신 분홍 꽃.jpg

     

     

    8.

    이상李箱의 거울 1 - 이생진

     

    -변동림

     

    나는 이상의 ‘거울’을 좋아한다

    이상의 거울 밖의 이상보다

    거울 속의 이상을 더 좋아한다

    그것은 거울 속의 이상이 거울 밖의 이상보다

    더 李箱이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갇힌 이상에게 필요했던 여인을 생각한다

    그의 최후의 날에 멜론을 사다준 여인

    변동림卞東琳

    나는 이 여인을 ‘거울’ 속에 넣어주고 싶다

    알고보면 그녀도 거울 속으로 들어가

    李箱이 되고 싶었던 여인이다

    변동림!

     

     

     

    거울 /이상(李箱 1910~1937)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握手를받을줄모르는—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只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나와는참밴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診察수없으니퍽섭섭하오

     

    * 시집 33권 외 다수. 최근작 ‘실미도, 꿩 우는 소리’

    * 블로그 http://islandpoet.com/blog

     

     

     * 이생진 시인 담론 : 이상의 천재성에 비친 시 세계를 논하셨습니다

     

    그의 부인 이었던 변동림( 후에 김향안)을 얘기하다

    그녀가 김환기 화백과 함께했던 두 번째 인생 이야기

     

    김환기의 생가가 있는 안좌도 암태도 등 신안 앞 바다의 문화 이야기,

    가거도 등 태풍이 파괴한 사랑하는 섬들에 대한, 명예신안군민으로서의

     

    안타까움을 토로하시며 현재 신안군이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김환기 생가를 중심으로한 예술 문학에 대한 관광 인프라 확대 등을

     

    거론하시며 박우량 군수의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탁월한 문화적 마인드를

     

    언급하시며 칭찬을 하셨습니다.

     

     

     

    9. 막걸리 일 순배가 돌고 역시 전속가수 유재호의 열창에 흥이 겨운 나머지

     

    동인이신 이원옥 사장께서 노래방 2차를 제안하여 약 스무 분이

     

    뒷풀이에 참석하셨습니다

     

    이생진 시인께서 '18번-칠갑산'을 열창 하실 때는 전원이 일어나

     

    합창으로 환호했습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도 꼭 참석하시는 열정을 지니신 이원옥 사장께 감사드립니다

     

    이만하면 가을 맞을 준비 단단히 한, 8월 말의 모꼬지였습니다

     

       

    순풍 창 사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