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소리

박산 2017. 1. 23. 08:52

 

 

 

바람의 소리

 

새벽 6시 어둠 속 가미호로소 야외 온천탕

제 몸 몇 배의 눈덩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소나무들이

부러진 가지들조차 쉬이 놓아주지 못하고 바람을 부르고 있다

 

산악스키 전문가라는 가슴 털이 복슬복슬한 스웨덴 청년과

뽀얀 김 서린 욕탕에 어깨까지 푹 담군 채로

그가 경험하고 있는 일본 얘기를 듣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하고 물어와

이렇고 저렇고 몇 마디 대꾸하는데

바람이 던진 커다란 눈덩이 하나가

소나무 꼭대기로부터 날아와

김 서린 온천탕 우리 머리 위를 퍽! 하고 덮쳤다

 

머리 위 눈을 툭툭 털어내던 청년은

솟구치는 새벽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겠는지

덜렁거리며 벌떡 일어나더니

스트레칭으로 물장구치며

 

“Today will be good job! fine..."

 

신바람으로 오늘 펼쳐질 스키트레킹의 설렘을 말하고 있는데

눈 덮인 산속 새벽이 깨지는 풍경에 심취한 나는

건성으로 맞장구나 쳐줄 요량으로

“right!"

"sure!"

고개를 끄떡이며 짧게 말하고 있다

 

다시 또 싸한 바람이 더 큰 눈덩이를 몰고 와

욕탕을 어지럽히고 지나간다

코끝이 시리고 뺨이 얼얼해 왔다

 

뜨거운 물로 눈을 씻어 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The sound of wind is sometime soft and sometime it is not"

 

청년이 하려던 말을 멈추고 물끄러미 날 쳐다보더니

 

"Whose poem?"

 

소나무가 보낸 바람과 눈이 다시 내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It is my poem now written by me. I am poet."

 

"Really? ,,,"

 

생존 본능의 소나무들은 쉬지 않고 바람을 불러

제 몸무게를 가볍게 하고 있는 중이다

 

바람은 계속해서 윙윙 큰 소리로 울고 있다

 

 

 

* 가미호로소: 일본 북해도 대설산 토카치다케 계곡에 있는 호텔.                   

                    영화의 스크린을 앞에 두고 있는 듯한 야외온천탕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유명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동도 -   (0) 2017.02.13
역수출逆輸出-  (0) 2017.01.3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0  (0) 2017.01.16
다시 평지平地에 이르러   (0) 2017.01.02
送年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79  (0) 2016.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