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도 -

박산 2017. 2. 13. 10:07

 

 

 

교동도 -

 

절대 부뚜막에 안 오를 얌전한 고양이 같은 섬

큰 섬 강화에 붙어 찍 소리도 못 냈던 섬에

역사적으로 다리가 놓였다

 

볼 거라고는 빙 둘러 바다에

저만치 보이는 한 서린 북녘 땅

 

대룡시장이란 이름과 달리 작은 시장

좁은 골목 올망졸망한 가게들

촌년 가슴에 두른 색스런 브래지어 같은

생뚱맞은 호프집 카페 간판도 보이지만

교동이발관 제일다방 약방 시계방 거북당 같은

추억을 먹고 사는 간판들이 있다

 

그렇다고 이곳의 시간이 멈춰 있는 건 아니다

 

손님 붐비는 핫도그 가게에서

뜨거운 어묵 국물 한 컵 얻어 후후 불어 마시며

마흔은 조금 넘었을 주인 내외에게

교동도 ‘살이’ 어때요? 지나가는 말로 묻자

저희는 교동도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동창이고요

아이가 대학생이 됐어요

예전 여기서 뇌출혈 환자가 발생하면

섬을 못 빠져 나가니 그냥 죽는 수밖에 없었지요

지금은 살이가 괜찮은 모양이다

 

살만한 얘기를 토박이에게 듣는 일도 괜찮다

작은 골목에 자리한 작은 가게 좁은 벽에

아들이 해 놓았음직한 작은 모자이크 조각

클림트의 ‘키스’가 정겹다

 

아직도 얌전한 고양이 같은 섬에

얌전한 고양이 같은 이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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