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

박산 2015. 7. 4. 09:16

 

 

 

 

 

 

 

111-10회 인사동 시 낭송 모꼬지

 

   혹여

   이 번잡한 도심 속에서도

   詩 한 줄 찾은 적이 있으시다면   

   그냥 탈탈 오셔서

   그냥 막걸리 한 사발

   그냥 시로 휘휘 저어 마시면

   그냥 이생진 시인께서

   그냥 웃으실 겁니다

 

 

                                             (파안대소로 싸인하시는 이생진 시인, 세무대 이윤철 교수와)  

  

 

* 일시: 매월 마지막 금요일 7:00

   

  이 번 달 모꼬지 3월 25일 금요일 7:00

 

 

* 장소 : 인사동 순풍 갤러리 Tel 733-7377

  인사동 로터리(작은 사거리)에서 안국동 방향 50m 지점

  왼쪽 전북지업사골목 서호갤러리 건너편 전북지업사 골목 들어와 오른쪽

 

 

   1.

   2. 양숙 - 개나리 꽃 보기 미안하다 

   3. 낭송 유재호(봉재사업가) - 나는 가네 (황진이 7 -이생진 시)  

   4. 박 산 - 웃다

   5. 이생진 -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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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회 모꼬지 스케치  (2010/02/25)

 

1.  오래 전부터                                       윤준경

 

구두 뒤축이 달아났다

필리핀에서도 사이판에서도

나를 꼿꼿이 세워 준 뒤축이

돌부리에 한눈파는 사이 강물로 뛰어내렸다

강물은 내 걸음의 이력을 아는지

젊음의 별자리를 찾아

물의 푸른 허벅지 사이로 떠나갔다

언제부터 구두의 뒤축은

숨 막히는 바닥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해 왔을까

좌우대칭의 충실한 궤적을 떠나

어느 별로 비상을 꿈꾸어 왔을까

중심을 잃고 지상에 버려진 나,

달맞이꽃 피어오르는 강변에서

 

 

윤준경 세 번째 시집 ‘새의 습성(시학)’출판

윤준경 특유의 담담한 시선으로 표현한 좋은 시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날 모꼬지 참석자들은 시인의 싸인과 함께 시집을 받았습니다.

윤준경 시인께 감사드립니다

 

 

 

2.

   ‘나’                                양숙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 인간도 아니었습니다

칠십 평생 동안

나는 나도 모르는 바보천치였습니다

이렇게 쉬운 나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제야 나는 나를 알았습니다

텃밭 매다가도 호미로 나를 써 봅니다

파 다듬다가도 파를 꺾어 나를 만들어 봅니다

밥 안칠 때에도 콩을 나로 얹어봅니다

밥이 끓어도 나가 요대로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바닥 쓰기 숙제를 공책 첨부터 끝까지

죄다 나를 써 봅니다

나 나 나 나 나 ……

아무리 들여다봐도 밉지 않습니다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릅니다

지갑을 꽉 채운 것 같습니다

끼니때가 지나도 배가 안 고픕니다

이제부터 나는 여직의 나가 아닙니다

나는 새로운 나입니다

나가 자랑스럽습니다

나가 사랑스럽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3.호접몽胡蝶夢                         박산

 

십만 원 벌었습니다

백만 원 벌었습니다

육천 원짜리 설렁탕 먹었습니다

십만 원짜리 사시미 먹었습니다

막걸리 한잔 마셨습니다

양주 한잔 마셨습니다

여관방에 섹스 하러 갔습니다

호텔로 섹스 하러 갔습니다

 

 

‘십만 원<백만 원’

숫자 부등식은 사실이지만

뭐가 정확히 다른 건지

웃으며 먹는 설렁탕이

사시미보다 진정 못한 것인지

바에 앉아 양주 마시면

막걸리 마시는 게 한심해 보이는지

호텔방 섹스가 더 품위 있는 건지

섹스에도 품위가 있는지 ;

 

 

백만 원을 호주머니에 넣고

십만 원 짜리 고기를 먹고

근사한 바에 앉아 향 좋은 곤약을 마시고는

마음에 두던 여자와

호텔에서 섹스 하는 꿈을 꾸다

팔랑팔랑 날아 또 한 꿈 속 들었는데

품에 든 십만 원에 싱글벙글

설렁탕 + 막걸리 그리고 여관방에서

착하게 생긴 여자와 섹스 하는 놈

어! 저게 나 아닌가!

꿈인가 생시인가

진정한 나는 어느 놈인가

 

 

 

4.

 

생애                                         전길자

 

길게 이어진

몇 겹의 고통이

덕장에 걸려 있다

내장 다 빼버리고

얼었다 녹아내리기를 반복하지 않고서는

제 값을 받을 수 없다

살얼음 품어야만 제 맛을 내는

빳빳하게 긴장한 삶이어야 깊은 맛 우려내는 생애

한 번쯤 덕장을 빠져나가

겨울바람 피하고 싶었을까

한 번쯤 사랑에 녹아

허물어지고 싶었을까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 끌어안고

곧추서서 기다리는

먼 날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렇듯

 

 

 

 

 

 

5.

 

차 한 잔                            방지원

 

바람 우려낸 찻잔에

빛깔 다른 앙금으로 가라앉은 하늘

 

다독여 익히는 들숨은

어느새 어머니를 닮았다

 

기억하는가

온몸에 향기를 바르고

버선발로 달려 온 함박웃음과

훌쩍 돌아서던 키 큰 옷자락들을

 

건너가고 건너오던 가슴을

천천히 빨리 삼켜버린 시간들

 

차 한 잔 하실래요?

 

접어둔 몇몇의 이름을 휘저어

오색풍선으로 띄어 보내는

쌉쌀한 중독

 

 

6. 낭송 - 유재호

 

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 - 이생진

 

 

나뭇잎은 시달려야 윤이 난다

비 바람 눈 안개 파도 우박 서리 햇볕

그 중에 제일 성가시게 구는 것은 바람

그러나 동백꽃 나무는

그렇게 시달려야 고독이 풀린다

이파리에 윤기 도는 살찐 빛은

바람이 만져 준 자국이다

동백꽃은 그래서 아름답다

오늘 같이 바람 부는 날 동백꽃은

혼자서 희희낙락하다

시달리며 살아남은 것들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 유재호 : 봉제사업가 (장사익 노래 전문가)

 

 

8.

 

벨리댄서 -인사동 시낭송 111-7       이생진

 

 

그녀는군산 앞바다에서 박대장사를 한다 했다

 

자그마치 20년

 

파도가 밀려올 때 파도처럼 몸을 흔들었고

 

그때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흥얼거렸다 한다

 

이것이 그녀가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온 동기다

 

지하철에서 내려 인사동 전북지엽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에 들어서자

 

옷을 훌훌 벗어 버리는 벨리댄서

 

‘술은 네가 처먹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그녀의 당돌한 입담이 카메라에 잡힌다

 

옆구리에 찬 뜨거운 진달래꽃

 

구멍이 큰 그물스타킹 속에서 창문을 여는 하얀 살갗

 

배꼽 밑에 걸친 분홍치마

 

긴 머리에 활짝 웃는 얼굴은 금방 물에서 건져낸 인어다

 

‘술은 네가 마시는데 춤은 왜 내가 춰야 하니’

 

바다 앞에서 박대 비늘을 긁으며 주워담은 파도소리

 

그것을 시인 앞에 풀어놓고 싶어 인사동에 왔다는애리수

 

애리수는 그녀의 생선가게 이름이다

 

‘시는 내가 썼는데 춤은 왜 네가 추니’ 하고 나도 울먹인다

 

슬퍼서가 아니라

 

그녀의 배꼽에 들어찬 진실 때문에 그랬다

 

춤이 끝나고

 

그녀는 생선을 도마에 올려놓듯

 

나를 도마에 올려놓고 칼질을 한다

 

나는 그녀 앞에서 꼼짝못하는 박대가 되고 말았다(2011.2.5)

 

 

* 소설가 박완서의 시 읽기 + 담론

홈페이지 : :http://www.islandpoet.com/blog

 

 

* 5년 간 절필 중이라는 신재한 시인의 인사가 있었고

  이채은 이금순씨 외 새로 오신 여러 분들과

  대전시낭송인협회 권영임회장이 참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