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9

박산 2015. 7. 4. 09:14

 

 

111-9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2월 25일(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1. 윤준경 - 오래 전부터

 

2. 안숙경 - 대책 없는 여자 23

 

3. 양숙 - 나

 

4. 박산 - 호접몽

 

5. 이생진- 밸리덴서 外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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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모꼬지 2010.01.28 순풍에 돛을 달고

 

 

 

1. 손죽도 바람소리                    박산

 

흑맥주와 캔맥주-박산에게*

 

그날 그때자네가 무교동 어느 지하에서 흑맥주 마실 때

나는 손죽도** 바닷가에서 캔맥주 마셨지

손죽도엔 카페도 없고 다방도 없어서

선창가에서 갯바람을 등에 지고 (고독이 날아갈가봐)

수평선으로 젖가슴을 잡아매고

혼자 마셨지내가 보기에도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어

다행히 갈매기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지만

나는 요즘 처량한 게 좋아

 

**손죽도:전남 여수시 삼산면 손죽리,거문도 북동쪽 40km 해상에 있는 작은 섬

<주>이-메일로 온 시 이-메일로 화답

 

 from 이생진

 

 

손죽도 바람 소리

 

 

 

“박산! 여긴 여수 앞바다 손죽도야

 한 3백 미터 정도 되는 섬 산에 올랐는데

 햇빛 좋은 날씨 바다 풍경이 너무 좋아       

 이 좋은 섬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데

 자네 생각이 났지“ 

    

휴대전화기 속에서

쉬이잉~ 하는 갯바람소리가 들렸다

비릿한 생선냄새도 났다

비취빛 바다도 가슴에 스크린 지었다

    

“선생님! 

 전파 타고 오는 소리로 다 들리고 다 보입니다 -

 이아침 손죽도 바람 덥석~ 주셔서 고맙습니다 -

 내일 올라오신다고요 -

 올라오시면 일간 한 번 뵙지요 -“

 

서울 노들나루 한강변 빌딩 숲을 거느리고 사는 난

팔순의 스승께서

캔맥주를 손에 쥐고 주신(나중에 시를 받고 보니)

여수 앞바다 섬 소식에

아침 내내 ‘룰룰랄라!’ 했다

 

 

 

 

2. 낭송 유재호

 

 

 

 

 

개망초꽃

                                 이생진 

 

개망초,

무식한 것을 나무라지 말라

그것이 역사를 읽을 줄 알든 모르든

그것은 순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역사를 구겨 버린 것은

개망초가 아니다

 

북한산에는 유일하게

개망초만 피는 곳이 있다

나만 아는 곳이기에

그 꽃이 반갑다

 

여기서 무덤까지는

여기서 침실까지보다 가까운데

무덤으로 가지 않고 침실로 간다

살았으니까 누리는 이기(利己)겠지

내가 이미 반 이상은 고사(枯死)한 줄 알면서도

개망초,

그것은 내 얼굴을 읽고 슬퍼하는데

나는 아직 개망초의 슬픔을 읽지 못한다

                                                                

                                                 

 - 시집 <구름 한 점 떼어 주고>에서

 

* 유재호 : 봉제 사업가

 

 

* 김석준의 7분 評 : 방학 맞은 작가의 칩거 상태 집필 중으로 1월 2월 休

 

 

 

 

 

 

 

 

 

 

3. 배비장처럼                         <양숙>

 

“아저씨 왜 수레에 안타세요?”

“종일 일했는데 소도 얼마나 지쳤겄냐”

“너는 어려운 공부하느라 애썼고

가벼웅게 소에게 덜 미안하다만

내가 타먼 소가 얼마나 힘들겄냐?”

소는 우리 둘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꼬리 살래살래 흔들어 파리를 날려 줬다

 

온종일 들일로 나보다도 몇 배 피곤한

기양이 아저씨는 끝내

소가 끄는 빈 수레에 올라타지 않고

터벅터벅 소와 같은 속도로

걸어서 집에 돌아왔었다

 

소가 온힘을 다해야하는 계절 오월

지칠 대로 지친 소를 부리는 농부들은

짐승이라고 함부로 부리지 않았다

얼마나 가족처럼 대하고 아꼈으면

농부들도 함부로 못 먹는

산낙지를 소에게 먹였을까

 

하릴 없이 죽어가는 저 선한 소들

산낙지 한입에 넣어주지는 못할망정

벽사의 의미로 빨갛게 물들인

내 손톱 한 개라도 뽑아 붙여주어

발톱 두 개뿐이어서 당하는

억울한 죽음의 길에서 건져 주고 싶다

배비장 어금니도 아닌데

까짓 새끼손톱 한 개 쯤이야!

 

*벽사(辟邪)-나쁜 것을 물리침

(손톱에 빨간물 들이면 손끝을 통해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 여김)

실제로 화학 에나멜보다 건강에 나쁘지 않음

 

 

 

 

4. 도둑맞은 시                                       이생진

 

나는 우연히 café.daum.net를 클릭하다가

내 ‘詩를 훔쳐가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 나를 보고 머리 숙이는데

나는 훔쳐가는 그 시를 다시 훔쳐 읽었다

시는 서로 훔치는 것

나는 그 시를 어디서 훔쳤더라(2011.1.13)

 

詩를 훔쳐가는 사람 '이생진 시인님 詩 한편 훔쳐갑니다

어디다 쓰냐구요?

제 집에 걸어두려고요'   

얼마나 귀여운 말인가

詩 쓰는 사람도 詩 읽는 사람도 원래는 도둑놈이었다   

세상에 이런 도둑놈들만 들끓어도 걱정을 않겠는데

詩를 훔치는 도둑놈은 없고 엉뚱한 도둑놈들이 들끓어 탈이다   

내 詩도 많이 훔쳐가라

하지만 돈 받고 팔지는 마라

세상은 돈 때문에 망했지 詩 때문에 망하지는 않았다

 

-café.daum.net에서 내가 다시 훔쳐 온 시

 

*일본 100세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시

‘나 1’ ‘비밀’을 읽고 시에 대한 열정에 대한 담론이 있었습니다

 

* 홈페이지 :http://www.islandpoet.com/blog

 

P.S) 당진 문협 임세광선생께서 참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