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은밀」 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아파트먼트에서 거울 속의 마네킹처럼 보이며 살고 싶지는 않다 정직하지 않은 삶이라고 욕해도 좋다 나는 수족관 어류가 아니다 간혹은 갈색 커튼이 드리워진 침침한 스탠드 불빛 아래 올 사람 막아 문 걸어 잠그고 침묵을 가장한 채로 찌그러진 치즈 한 무더기에 제멋대로 굽은 윙글스 몇 조각과 버번위스키 한 병만으로 한 며칠 그냥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게으르고 싶다. 지나친 고요가 싫증이 날라치면 발가락으로 누르면 켜지는 그런 낡은 전축을 가까이에 두고 아무도 들여다 볼 수없는 은밀한 나만이 소유 할 수 있는 그 나태를 위하여 세상에다가는 “나 그냥 며칠 죽었다" 통보하고 그러다 원하여 꿈꾸길 세상살이 한 몇 번은 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