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3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한 여섯 살 먹었을까  노란 날개 달린 발레복 입은  예쁜 여자아이가  빨간 브라우스 입은 예쁜 엄마와  룰룰랄라 버스에 올라서는  내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아이가 쫑알거리는 말이  “난 할머니가 너무 좋아  할머니 오시라고 전화해야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엄마가 하는 말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2024,예서)》 중   * 시니어들의 애환을 노래한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가 MZ세대 포함 3, 40대의 공감을 얻어 기쁜 마음이 큽니다.

2024.09.15

詩集살이

詩集살이 ㅡ 그냥 그렇고 그런 남들 하는 거 다 하고 남들 다니는 거 다 다닌 인생이었으면 난 시를 안 썼다 으흠 그래... 실패한 인생이라고까지는 말자! 성공하지 못해 그렇다 핑계를 대자 먹고 산 게 파는 일이요 구멍가게 운영해 본 게 다이니 묻는다, 종종 오랜 지인들이 시는 왜 쓰는데? 물론 돈 나오는 일도 아니고 그걸 기대할 정도의 멍청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나를 형이라 부르는 J가 자식 혼사에 내 시집을 하객 답례품으로... 감동 먹어 절절히 감사를 표하니 "아이고 형님, 냉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시집이었는데, 사돈 하시는 말씀이, 역시 우리 사돈은 수준이 높다네요" 시집살이도 이만하면 할만하지 않은가! 먹고 산 게 파는 일이었다

2023.07.01

구박받는 삼식이

「구박받는 삼식이」 48쪽 구박받는 삼식이 - 광삼씨는 29년간 꼬박꼬박 출근해 열심히 일했다 그 덕에 새끼들 공부시키고 알뜰살뜰 마나님 모시고 그냥저냥 남들만큼은 살았다 올해로 퇴직 이 년 차 쓰고 남을 정도로 넉넉히 모아 놓은 돈은 없지만 공부 끝낸 아이들 직장 다니니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삼십 년 경력 ‘살림의 제왕’ 마나님께서는 출근 안 하고 집에 있는 서방이 측은했던지 처음 두어 달 정도는 점심밥도 차려 주셨다 퇴직 후, 딱히 정해 놓고 갈 데 없는 광삼씨 아침 운동 뒷산에 올랐다가도 돈도 아낄 겸 꼭 돌아와 집밥을 먹었다 책 보러 도서관에 갔다가도 마나님도 볼 겸 꼭 돌아와 집밥을 먹었다 학교, 동네, 사우나, 다양한 친구 모임 컴퓨터배우기 봉사활동 헬스클럽 등등 잡사雜事에 하루 일정 빡빡한 ..

202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