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줄레주 4

여행 소망 지수(포 10)

여행 소망 지수 ㅡ 어느 장소를 여행하다 보면 생각나는 벗들이 있다. 가령 겨울 홋카이도 다이세츠山 야외온천 깜깜한 새벽 소나무에서 떨어지는 눈 뭉치를 얼굴로 퍽퍽 맞으면서, 여기 이 신천지 눈 천국에, 탕 속 함께 몸을 푹 담그고는 살아온 얘기보다는 다음에는 어디 갈까, 미래 얘기를 부담 없이 즐길 불알 벗 A가 생각났다. 내 보기엔 그는 여행 소망 지수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진정 폭설 속 며칠을 같이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타이베이 훠궈집에서 양고기 소고기 내장 생선 어패류와 채소를, 뜨거운 육수에 휘휘 저어 골라 먹으며 58도 빼갈을 마시며 나른한 인생의 사는 행복을 느끼다 보면, 풍체 좋고 그럭저럭 먹고살만 하고 지식 욕구 또한 다방면으로 충만함에도, 70년대 삼용이 같이, 오로지 골프와 삼겹살..

여행 이야기 2024.12.27

아줄레주 (포7)

아줄레주 ㅡ  작지만 세계를 누볐던 나라 포루투갈을 걸으며  성당, 골목 담장, 집, 공회당, 공원, 지하철역, 왕궁 등 어디에서나 마주하는, 이슬람 문명과 스페인, 이태리, 청나라 도자기 문양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석 유약을 사용해 그리는 도자기 타일 공예품이다.  포루투 상벤투역에는 승객보다 아줄레주 벽화를 보러온 여행자가 더 많았다.  전통ㆍ현대 의상, 스카프에는 물론 특산품인 코르크 제품의 그림에도 온통 아줄레주 문양이 천지다, 심지어는 스테이크 집 접시에도 식탁보에도.  우리네 도자기 한 병 굽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타일에 그림을 그려 하나하나 구워 붙여 그림을 완성하다니!그 타일 하나하나가 집합되어 표현하는 총체적 작품의 신비로운 조화가 한결같이 아름답다. 우리나라 패션 잡지 TV 광고의 ..

여행 이야기 2024.11.29

리스본 (포6)

리스본 ㅡ  고대 도시국가 페니키아 포함 수천 년 역사를 품은 도시 리스본  위성도시 포함 2,000만 넘게 복닥거리며 사는데 익숙한 서울 토박이 영감태기는, 고작 인구 3백만의 리스본, 이 정도쯤이야! 붉은 지붕의 오밀조밀한 언덕배기 골목 집들이 어쩌면 지극히 낭만적이고 아담한 도시로 느껴질 수도 그런가?..... 하다가도  이 작은 나라가 이 작은 도시에서 어찌 15세기 위대한 '대항해시대'를 열었을까 영문 표기 'Age Of Discovery' 보다는'The Age Of Exploration'이 훨씬 좋다 리스본 여기 항구를 떠나 브라질을 지배하고 아프리카를 지배하고 대만 섬 이름 포모사를 지어주고일본까지 와서 조총을 전해주고   '일본까지...'이 부분에서  만약 포루투갈 상선이 일본에 조총을 전..

2024.11.20

노천카페에서 (포2)

노천카페에서 ㅡ  상벤투스역 앞 한낮 시끌벅적한 노천카페에서 여행자 발품 좀 풀려고 샌드위치에 생맥주를 마셨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또 아프리카 어디 어디 언어들이 질서없이 내 귀를 들고난다  여기서는 내 언어를 하는 이가 없다  피부도 각양각색이다  검고 아주 검고희고 아주 희고  나는 검지도 희지도 않다  아까부터 좁은 테이블 여기저기 사이사이 손 내밀며 구걸 중인 여성이 보기 딱해 1유로 건네니, 한술 더 떠 주는 김에 1유로 더 달라 검지 쭉 펴며 죽는시늉이다  호시탐탐 내가 남긴 샌드위치 부스러기를 노리고 있던 비둘기란 놈이 후다닥 테이블을 어지럽히고 달아났다  내게 무관심한 언어들은, 색을 달리한 각각 높이의 코 아래 입을 통해 제 말들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혀 고독하지 않고 지..

202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