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또 만나자 했다 ㅡ 가슴에 詩를 꼭꼭 쟁여 지내며 시 대하듯 얼굴 보자는 고마운 벗이 있다 두물머리 지나 그곳에 산다 모처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났다 제철 방어 뱃살 회로 수북이 떠서 난 서울장수막걸리 두 병 그는 사랑하는 참이슬 두 병을 깠다 내 시집 《노량진 극장》, 시 속의 그 극장이 어디 있었느냐 물었다 시시콜콜 살아온 얘기 보다는 사는 얘기를 했다 웅얼거리는 투이지만 정감어린 그의 한 마디 한 마디 혹여 놓칠까 귀 쫑긋 세우고 들었다 혼자 일어나 혼자 밥 먹고 산수유로 담군 술 혼자 마시는 밍밍한 얘기 고독을 뭉개며…, 사는데 이골 난 도사 얘기다 담엔 내가 먼저 만나자 해서 詩時한 얘기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