遁走·fugue ㅡ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
Wanderlust!
아니 그냥 여기만 벗어나면 된다
저 사람 얼굴 보는 게 싫어졌다
말 섞는 것조차 싫다
의무 방어전은 챔피언의 일이다
어디지, 여기가?
권력을 등졌던 광인들의 둔주!
스스로 'Fugue'라는 단어를 썼던 랭보는
경력 10년도 안 된 시 쓰기를 버리고는
잡상인 건달패 날품팔이 선원 등등
안 해본 직업 없이 아프리카를 헤매다가
무릎 종양의 고통으로 37세에 죽었다
죽는 날까지 불쌍했던 불세출 그림 천재 고흐는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프랑스까지
스무 개 넘는 도시를 떠돌면서도
그토록 동경했던 일본을 푸가하지 못하고
그도 37세에 스스로 생을 끝냈다
자학과 아집에 도취된 둔주의 삶!
스물 몇 살 때 둔주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결국 결혼이란 굴레로 위장되었지만
서른 몇 살 때도 그랬고
마흔 몇 살 때도 그랬는데
일흔 언저리를 배회 중인 지금은
잿빛 기억 속 꿈에 들어 떠난다
육신을 마취시켜 줄 짧은 둔주라도!
'망각을 동반한 정신과 영역'으로 정의됨을 알았다
그럼에도...
이번 달에는 영동 곡성 장수 봉화....
어디로 둔주할까?
* 遁走 fugue (푸가 혹은 퓨으그라 읽는다)
여기서는 [음악] 푸가, 둔주곡의 의미가 아니라
[의학] 기억상실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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