遁走·fugue

박산 2023. 8. 11. 10:02

 

遁走·fugue ㅡ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

Wanderlust!

아니 그냥 여기만 벗어나면 된다

저 사람 얼굴 보는 게 싫어졌다

말 섞는 것조차 싫다

의무 방어전은 챔피언의 일이다

 

어디지, 여기가?

 

기억도 가물가물한 포구와 섬에서 찍은 사진



권력을 등졌던 광인들의 둔주!

비엔나 쉔부른 궁전에서 하루종일 배회한 날 (2016)


스스로 'Fugue'라는 단어를 썼던 랭보는

경력 10년도 안 된 시 쓰기를 버리고는

잡상인 건달패 날품팔이 선원 등등

안 해본 직업 없이 아프리카를 헤매다가

무릎 종양의 고통으로 37세에 죽었다

죽는 날까지 불쌍했던 불세출 그림 천재 고흐는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프랑스까지

스무 개 넘는 도시를 떠돌면서도

그토록 동경했던 일본을 푸가하지 못하고

그도 37세에 스스로 생을 끝냈다



자학과 아집에 도취된 둔주의 삶!



스물 몇 살 때 둔주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결국 결혼이란 굴레로 위장되었지만

서른 몇 살 때도 그랬고

마흔 몇 살 때도 그랬는데

일흔 언저리를 배회 중인 지금은

잿빛 기억 속 꿈에 들어 떠난다

 

육신을 마취시켜 줄 짧은 둔주라도!



'망각을 동반한 정신과 영역'으로 정의됨을 알았다



그럼에도...

 

이번 달에는 영동 곡성 장수 봉화....

어디로 둔주할까?

 

송해거리에서(김명중 찍음)


 

* 遁走 fugue (푸가 혹은 퓨으그라 읽는다)

여기서는 [음악] 푸가, 둔주곡의 의미가 아니라

[의학] 기억상실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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