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0 황금알≫
또, 길을 가렵니다 -
이만하면 다 왔는 줄 알았는데
아직 갈 길이 남았습니다
이런 적이 처음 아닌 게 다행입니다
항시 당황스럽지만
지금 같은 실망에 익숙해져서
한탄 대신 긴 한숨을 내쉽니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도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더 가야겠지요
금싸라기 캐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바보가 아니거든요
배불리 먹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돼지가 아니거든요
험하지 않은 길섶에 핀 꽃처럼
어느 누구나 그냥 보아도 편안한
그런 편편한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서 나지막이 부르는 노래가
숨 쉬고 있는 모두를 위한
생명의 노래였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곧 보일 거라는 확신으로
또, 길을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