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평생 술 한잔 하시는 걸 못 뵈었다
노랫가락 흥얼거리시는 모습도 못 뵈었다
단 한 번도 흐트러진 몸가짐을 못 뵈었다
눈물 흘리는 모습도 못 뵜다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부모 없이 자란 박복함으로
연예나 오락이 가당키나 했고
슬픔에 기댈 여유조차 있었겠나
거울 보고 면도를 하다가
시나브로 희어진 수염과
기름기 빠진 피부에 검은 점들이
늙은 아버지 얼굴과 겹쳐진다
난
술 좋아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제 성질 못 이겨 짜증도 팍팍 내다가
통곡의 눈물을 펑펑 흘린 적이 많았는데
미안하다 아버지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