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박산 2021. 2. 12. 14:34

「아버지」

평생 술 한잔 하시는 걸 못 뵈었다

노랫가락 흥얼거리시는 모습도 못 뵈었다

단 한 번도 흐트러진 몸가짐을 못 뵈었다

눈물 흘리는 모습도 못 뵜다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부모 없이 자란 박복함으로

연예나 오락이 가당키나 했고

슬픔에 기댈 여유조차 있었겠나


거울 보고 면도를 하다가

시나브로 희어진 수염과 

기름기 빠진 피부에 검은 점들이

늙은 아버지 얼굴과 겹쳐진다




술 좋아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제 성질 못 이겨 짜증도 팍팍 내다가

통곡의 눈물을 펑펑 흘린 적이 많았는데

미안하다 아버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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