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와 전셋값」 ㅡ
"어, 배낭 멘 할아버지다!"
항시 배낭을 메고 다니는 내가 신기했던지
여섯 살 경호가 먼저 내게 건넨 말입니다
24층사는 나와
17층사는 경호와는
이렇게 엘리베이터 친구가 되었고
아파트 정원이나
동네 마트에서까지
배낭 멘 할아버지! 하고 달려와 반겨
한 번은 통꽈배기집에서
단팥 튀김 빵을 사 준 적도 있습니다
작은 신도시 이사 와서 사귄
첫 번째 친구이기도 합니다
아침 유치원 가는 시간이
나의 출근 시간과 비슷해서
자주 만났었는데
얼마 전부터 경호가 보이지 않습니다
청소 아줌마께 궁금해 물어보니
17층 이사 갔다고 내게 귀띔하며
화난 듯 덧붙이는 말이
"아파트 값이 너무 올랐으니
전세 사는 사람들 어디 견디겠어요"
지은 죄 없는 배낭 멘 할아버지는
공연히 경호에게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