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14

박산 2018. 12. 20. 08:12

 

 

                                                                                이생진 시인이 쓰신 아흔 살의 일기 '무연고'(작가정신)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3}    送年모꼬지

2018년 12월 28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나의 시간: 양숙

 

2, 한 해를 보내며:김효수

 

3.'더' 사는 시인: 낭송 김미희/ 시 양숙

 

4.겨울나무: 이돈권

 

5.유모차: 김명중

 

6.시 읽는 재미: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7.보물창고: 이승희

 

8.마음의 흔적: 권영모

 

9.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한옥례/시 이생진

 

10.희야 39: 김중열

 

11.고운소리 새 : 낭송 김경영/시 황금찬

 

12.막: 박산

 

13.生子'살아서 시를 쓴다는 거': 이생진 with 담론(신간 시집:무연고)

 

 

 

 

 

 

 

 

 

                     

                                       

    12월 13일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에서 이생진 시인 시집 '무연고(작가정신)' 출판 강연회 및 팬 사인회에는 보조의자를 놓을 정도로 꽉 찬 독자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여기서 시인은 독자가 질의한 90까지 시를 쓰는 이생진 시의 원천을 '건강과 독서'라 답했다.(사진:윤영호)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2} 2018년 11월 30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스케치

 

1. 가을이 사붓사붓: 양숙

 

스콜도 없이 위세 떨치던 열대야도 떠났고

밤중까지 욍욍 거리던 에어컨도 잠을 청하자

풀벌레 소리 등을 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사붓사붓 왜 금년 가을은 이리 새로울까

작년엔 가을밤을 어찌 보냈었지?

기억이 잡힐 듯 잡힐 듯하다가 무당벌레 날개를 타고 휘릭 날아가기에

꼭 잡아야지 벼르며 손 내미는 순간 봉숭아 열매로 톡 터져 달아나버린다

지난 가을밤은 이미 지나 갔어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라구

추억을 더듬으려 애쓸수록 쐐기 가시로 따끔따끔 찌른다

“쓸데없는 생각 말라니까!”

 

* 진흠모 편집인/ 시인 * email: 55yasoo@hanmail.net

 

2. 낙엽: 김효수

 

산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연거푸 뚝뚝 소리가 난다

고개 들어 보니 낙엽들 허공을 걸어 내려와 땅을 밟는 소리다

그렇다면 현재 내 몸을 둥지 삼아 세상 살아가고 있는 영혼이

그 언젠가 거친 세월 보내다 견디지 못하고 몸 늙어 죽는다면

더는 살아갈 수 없기에 그동안 실컷 정든 몸 빠져나온 영혼이

쉬지 않고 허공을 걸어 올라 하늘에 닿는다면 어떤 소릴 낼까

그때 내 영혼도 저 낙엽처럼 세상이 더러워도 곱게 물이 들어

지나간 날들 모두 잊고 즐거운 마음에 허공 걸어갈 수 있을까

 

* 진흠모/ 시인

 

3. 낙엽: 낭송 조철암/ 시 이생진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그 때가 좋을 때다 그 때가 때 묻지 않은 때다

낙엽은 울고 싶어하는 것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편지에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

 

* 진흠모/ 낭송가

 

4. 고무줄: 이승희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 검은 산이 물들어 설산으로 변했다

그래도 봄은 온다고 갈색옷을 입혀보았다

자꾸만 멀어져 가는 나이

발신인이 떠오르지 않는 편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펼쳐 본

파브르의 곤충기에 가물가물 안개가 떠 있다

돋보기로 끌어와도 멀어져 가는 나이

아스팔트에 웅덩이가 자꾸 생겨난다

어제는 아스팔트를 들어 내고 다시 깔았다

무거운 짐에 고무줄이 늘어났다

아무리 침을 꽂아도 한 번 늘어진 고무줄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방으로 들어간 사람은 끌어당겨도 반응이 없고

텔레비젼을 자장가로 친구 삼다가 가만히 잠이 든다

딸 아이의 웃음을 당겨보아도 늘어난 고물줄처럼 저 만치 멀어져 간다

 

* 섬 여행가/ 시인

 

 

                                                                         이생진 시인의 시집 서문시 '시와 살다'

 

 

5. 연애수업 3: 김중열

 

매년 이맘때쯤 어김없이 한 젊은 여인이 비 오는 가을밤 어느 날에 우산도 없이 창문을 두드리는 오늘 밤이다 똑 토옥 톡 가볍게 내 마음을 두드린다 삼십이나 갓 넘었을까 긴 머리 생머리로 말총머리 흔들며 어슴푸레 창문에 비추이는 모습일랑 젖어진 블라우스 달라붙은 캘리포니아산 건포도 둘 헤애 벌려진 입술까지 온통이나 정신줄 사납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거늘 언제부터인가 가을밤이면 축축해진 오갈피남그 뿌리와 내 사타구니 불끈 요동치는 그 살뿌리가 연리근 되는 하룻밤이다 내 칠순인 줄 알면서도 겁 없이 미쳐 달려드는 삼십대 여인이 드르륵 베란다 문을 여밀고 와락 안겨 오는 이 밤이다 어느 노시인이 미쳐야 되는 거야 그래야 젊어지고 살맛 나는 게야 하는 소리가 게걸지게 안겨드는 이리 비 오는 가을밤이면 어느 미친 젊은 계집과 늘 연애를 하고 있다 그녀와 함께 분탕질 진탕질로 상상질로……. 그녀는 빗소리와 함께 삼십의 농염질로 나에게 핸펀 자판을 두들기게 하고 있다 이제 가을이 가면 그녀도 춥겠지 아니! 못오겠지 하면서도 첫눈 오는 날에라도 안녕인사를 기다리는 너는 누구냐 묻고 있다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6. 뱃사람: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목포는 항구다

누가 몰라서 그러나

배를 타면 인생이 달라지니까 하는 소리지

기차는 지정석에 앉아서 좋든 그르든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배는 자유롭다

선실에서 밖으로 나와 난간을 잡고 걸어도 되고

배가 흔드는 대로 흔들려도 된다

기차보다 훨씬 자유롭다

나는 흔들리는 자유가 좋다

시야가 넓고 순간이 길다

기차는 서로의 존재를 뿌리치고 달아나지만 배는 서서히 지우며 지나간다

눈물을 흘릴 틈도 있고 손수건을 꺼낼 여유도 있다

배는 갈매기를 따라가기도 하고 갈매기가 따라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서 나도 모르게 멀어진다

기차는 수평선을 잡을 틈을 주지 않는데

배는 수평선을 잡고도 한참 동행한다

배가 느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포부가 그런 것이다 그래서 뱃사람이라 하지 않는가 ㅡ시집 <우이도로 가야지>.

 

* 진흠모 가수/ 낭송가

 

7. 점: 김명중

 

점과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과 선을 연결하면 세모가 되고 네모가 되고 면을 쌓아 입체가 되고 공간이 되고 점은 무차원 선은 일차원 면은 이차원 입체는 삼차원 바다에 떠있는 섬에 연육교連陸橋를 만들고 갯벌을 막아, 빌딩을 세우는 우리들 섬에는 길이, 무게, 시간이 없어 좋아 점점점 선과 면이 되지 않고 입체가 없는 섬에서 살자 그런 섬에서 살자

 

* 진흠모/ 어사 시인

 

8.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낭송 성은경 /시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낭송가

 

9. 만재도 동경: 전경배

 

10. 자화상: 낭송 김경영/ 시 유안진

 

한 60년 살고 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가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 밤중 뒤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행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 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 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젓갈 맛 나듯이 때 얼룩에 절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여 어디론가 쉬지 앓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워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갈 때까지 갔다가는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라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1. 시골장에서: 박산

 

조용한 시골장 아침

선지 내장 듬뿍 들어간 벌건 해장국에

파 한 수저 푹 퍼 넣고 후후 불어 목구멍 넘기면서

간밤 소주에 푹 전 노곤한 삭신을 녹이는 중에

마르고 입술 붉은 주인 아낙 미소로 다가와 곰살맞게 던지는 말

 

  "잡숫고 모자랑거 말씀하쇼잉!",

마치 오래 사귄 이물 없는 여인 같이 귀에 들어

 

"안방 자리 좀 까시게나 한숨 자고 가야겠네"

 

하마터면 이 말이 나올 뻔했다

 

* 진흠모 이끎이/ 시인

 

12. 저걸 어쩌나 -황진이 3: 이생진

 

어~어 어~어 짝사랑에 골병들어 앓다 가는 저 총각

‘사랑한단’ 말 한 마디 그게 뭐 어려워서 가슴에 묻어둔 채 속 태우다 가는구나

어~어 어~어 ‘진아아~’

이름 한번 시원히 불러보지 못하고 북망 가는 저 총각

애처로운 발걸음 떨어지지 않아 내 집 앞에 서 있는데

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마을 사람들 숨죽이고 지켜본다만

당돌하게 내 방으로 뛰어들어

넋이 부서지느라 억장 무너지는 소리 귀담으며

벽에 걸린 치마저고리 움켜쥐고 뛰쳐나와

‘맺힌 한 풀어주라’ 지붕에 던졌더니

그제야 상여 발걸음을 떼는구나

어~어 어~어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시인 담론:

                       요령을 들고 시를 낭송하시며 상여가를 부르셨습니다.

 

 

 

                 진흠모는 이생진 선생님께서 만드신 전통에 따라, 시집 발행 시 모꼬지 전원에게 自費로 시집을 증정합니다

                 이번에도(시집 무연고), 선생님께서는 이 전통을 실행하셨습니다


 

* 이생진 시집 ‘무연고’ 모꼬지 참석자 전원 한 분 한 분 모두 서명해 증정해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모꼬지를 꽉 채워 주신 동인들의 흥겨운 놀이가 있었습니다.

 

 

 

 

* 김경영님의 몸풀기 무용과 유재호님의 시노래 ‘기침’ 등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 노명희님의 자작곡 노래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내 사랑 황진이’등의 열창이 있었습니다.

 

* 김수정님의 판소리 흥보가 중 ‘가난 타령’이 흥겹게 있었습니다.

 

* 변규백님의 연주와 무명도 노래가 있었습니다.

 

                                                               전경배 시인

 

* 오랜만에 참석하신 전경배 시인의 자작시 낭송이 있었습니다.

 

* 제주 구좌문학동인지 ‘동녘에 이는 바람’ 나눔이 있었습니다.

 

* 성산포 박인화님이 보내주신 키위 맛난 나눔이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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