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13

박산 2018. 11. 23. 10:49

 

                                                      김영진님이 이생진의 시 '내가 백석이 되어'로 낭송 데뷰 하셨습니다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2} 2018년 11월 30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가을이 사붓사붓: 양숙 

2.낙엽: 김효수 

3. 낙엽: 낭송 조철암/ 시 이생진 

4. 고무줄: 이승희 

5. 연애수업 3: 김중열 

6. 뱃사람: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7. 점: 김명중

8.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낭송 성은경 /시 도종환 

9. 시간3: 권영모 

10. 자화상: 낭송 김경영/ 시 유안진 

11. 시골장에서: 박산 

12. 저걸 어쩌나 -황진이 3: 이생진 with 담론


                                                 진흠모 편집인 양숙 시인이 식물을 노래한 시집 '꽃버치' 모두 나눔했습니다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1} 2018년 10월 26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스케치

 
1. 꽃버치: 양숙 

 탱자나무 산울타리 안은 물론 
 뒷고샅까지도 위세 떨치며 
 너볏한 수탉의 볏 빨간 맨드라미 대엿 송이로 
 온 집안은 물론 동네 전체가 환해졌다 

 가을 땡볕에 토실한 씨앗들 내보내고 나니 
 색도 바래고 서리에 당당함도 허물어지려 한다 

 “거참 너볏하다” 자자하던 칭찬도 잦아들어 
 그냥 두기 아까워 모가지를 잘라 꽃버치에 담아 
 볕바른 창가에 두었다 망설이다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던 씨앗들 
 겨우 코밑으로 토톡대며 출가라고 환호성이다 
  
 꽃버치가 가을을 품어 익혔다 

* 꽃버치: 아가리가 자배기보다 넓고 둥글넓적한 모양의 옹기. 꽃을 담거나 꽃무늬가 있는 그릇으로 남새를 담기도 했다. 
* 너볏하다: 몸가짐이나 행동이 번듯하고 의젓하다. 
* 진흠모 편집인/ 시인 * email: 55yasoo@hanmail.net 

2. 남자와 여자: 김효수 

 희미하게 바래 벽에 걸린 할아버지 영전 사진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힘 넘치는 시절 할아버지는 아버지 나시고 아버지는 날 나으셨다고 그러기 위해선 그 시절에 아름다운 할머니 계시고 어머니 계셨다고 남자는 옛날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렇고 먼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힘이 있는 남자가 있어 세상이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간다고 그래서 아득한 옛날부터 생긴 말이 남자는 하늘이고 여잔 땅이라고 힘을 우선으로 내세우는 남자가 나라를 지키고 정치를 잡고 있기에 막강한 나라가 무기를 앞세워 연약한 나라를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옛날부터 현재까지 피 흘리는 전쟁이 계속 터지는 것이다 이렇게 남자가 평화나 행복을 무시하고 성능이 좋은 무기 만들어도 여자는 오로지 남자가 날마다 건강한 몸으로 함께 살아주길 바란다 세상에 웃음이 시들고 공포가 살아나 있는 정마저 싸늘하게 말라도 밤이나 낮이나 여자는 남자 걱정으로 가슴을 태우며 하루하루 산다 열 달 동안이나 입덧하며 뱃속에서 진통으로 세상에 내보낸 남자가 혹시나 사고로 잘못되어 다치거나 죽지나 않을까 긴 한숨으로 산다 남자가 힘이 있다고 제멋대로 살아도 여자는 남자를 보듬으며 산다 남자는 여자의 아들이니까 어쩔 수 없이 모성애가 살아나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남자가 여자를 어머니라 부르지 않고 살아간단 말인가 여자는 남자가 아들이니 고통을 당하며 한세상 살아도 참는 것이지 힘이 약해서 괴로워도 남자의 비위를 맞춰가며 살아가는 건 아니다 내가 낳은 아들이라 떠들어봤자 흉이 되니까 참고 살아가는 것이다 남자는 이러는 여자의 속도 모르고 오늘도 어깨에 힘주고 살아간다 그래서 남자가 나이가 들어도 여자에게는 다 아이로 보이는 것이다 

* 진흠모/ 시인 

 

 

                                                          이돈권님 진흠모 낭송 데뷰하셨습니다


3. 어쩌자고: 이돈권 

어쩌자고 나를 물들게 하십니까 
설악이나 알록달록 물들이시지 
하늘공원 억새풀이나 바람에 물들이시지 
넓은 순천만이나 저녁노을로 물들이시지 
어쩌자고 할 일 많은 나를 부여잡고 물들라 하십니까 

계절이 지나도 하늘이 높푸르져도 
들국화 한들거려도 나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두 눈 다 감고 두 귀 다 막고 밀려오는 이 가을 겨우 막고 있는데 
어쩌자고 대 놓고 물들라 하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벌써 마음 밑둥이는 스멀스멀 단풍으로 붉어지고 있는데 
벌써 발바닥은 노란 은행잎 남이섬을 둥둥 걷고 있는데 
어쩌자고 이 가을도 바쁜 나를 물들이지 못해 이렇게도 안달이십니까 

* 시인/ 사업가 

4. 별 대신: 낭송 김미희/ 시 양숙 

 마당 비질하지 않아도 
 두레멍석 깔지 않아도 
 별들이 내려와 드러눕던 그 밤  
 풀벌레 바자울에 가두지 않아도 
 대나무 들마루 내려놓지 않아도 
 별들이 내려와 드러눕던 그 밤 
 들쑥 모깃불 피우지 않아도 
 박꽃 하얗게 피우지 않아도 
 별들이 내려와 드러눕던 그 밤 
 서럽게 울고 싶은 초라한 서울의 밤 별 대신 다가와 
 드러누운 그 사람 

* 낭송가/ 시인 

 

 

 

 

5. 복부인: 이승희 

 고양시에는 컴퓨터로 돈 세는 이경리가 살아 있고, 
 통영에 가면 펜으로 밭 갈던 박경리가 잠들어 있다 
 말하자면 돈 세는 이경리 보다 글쓰는 박경리가 부자다 
 그녀는 '토지' 20권으로 수 백 만명 독자의 마음을 흔들었고 
 통영, 하동, 용정, 원주, 서울까지 그 넓은 땅에서 소설과 현실을 넘나들며 밭을 일구었다 
 백석이 미리 그녀를 알았더라면 충렬사에서 그녀를 찾았을 거다 
 법정에게 길상사를 시주한 자야 김영한도 없었을 거다 
 이 땅에 부동산 공화국이 설 줄 알았나 
 그래서 지은 장편소설 '토지' 
 그녀는 진짜 복부인이다 

* 섬 여행가/ 시인 

6. 내가 백석이 되어: 낭송 김영진/ 시 이생진 

 

 

 

7. 이팝나무꽃: 김명중 

 당신을 냉큼 지나왔을 뿐인데 하얀색 꽃향기에 흠뻑 젖었네 
 하여간 당신, 나에게 흑백사진 촬영기법만 알려주었어 
 성질 급한 나는, 촛점 없는 사진을 실루엣이라 하고, 
 명암 없는 사진을 세피아로 뽀샵하였지 
 그것 참 악연일세 
 보잘것없는 나를 흑백 찍사로 만들어 놓고 
 쿵쿵쿵 어떻게 해볼 생각은 꿈도 꾸지마 
 푸른 오월도 당신에게 얼씬도 못하였으니 
 총천연색 사진이나 찍으러 가야겠네 

* 진흠모/ 어사 시인 

8. 시와 나 사이: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그대로 가려는데 모르는 척하고 가려는데 뿌리치고 가려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는 것이 시와 나 사이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마주친 얼굴 발에 걸리는 대로 다 기록할 수는 없지만 
 기록된 것만큼 내가 된다 

 나는 나를 기록하기 위해 시를 쓰는 것 같다 
 사실이 그렇다 죽어서는 쓸 수 없는 거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 쓰는 거 시와 나는 그런 사이다 
 -시집 <섬 사람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9. 내가 누구인지: 권영모 

 이해하려 할 때마다 가진 걸 미련 없이 줄 때마다 
 나보다 당신이라고 할 때마다 의심하지 못하고 속임 당하고 
 웃음으로 넘기는 나 

 마음은 갈등에 휩싸이고 밤새워 생각이 꼬리를 물고 
 미움에 고통을 견디다가도 언제 그랬냐고 잊어버리는 
 나 자신에겐 너무나 큰 핍박을 한다 

 주어진 틀 벗어나지 않으려 나와 싸움을 하고 
 타인에게 모난 모습 보임을 수치로 알며 살아가다가 
 힘이 겨워 돌아서 울기도 했지 

 내가 아닌 가족에게도 반은 내가 되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한낮 꿈이란 걸 날마다 부딪치며 살아가다가도 
 욱 한번에 공든 탑을 허물곤 하지 반쯤은 네가 나이기에.... 

* 진흠모/ 서예가/ 시인 

10. 사랑하리라: 김중열 

사랑하노라 읊조리듯 너를 마냥 불러 보련만 저만치 앞서 휑하니 달음질뿐 사랑했노라 넋두리로 하염 없이 즈리며 부르기를 잊었던 소라 껍데기 그 위로 스쳐가는 바람소리로 "넹" 하여 짧은 한마디 여운만 남겨가니. 여름바다 해변가에는 여직에 천년에 뉘여져온 연인들의 정담들 있어 만년의 파랑따라 물보라로 튕겨진 메아리로 풍상에 또 한꺼풀 쌓여 눈에버절이라 사랑하리라 사랑하리라 되뇌여 속삭인다 천년 아닌 수 만년을 혹은 겁으로 헤메여 떠놀면서 그 많은 연인들 발자국 소리 귓 속에 조곤조곤 밀리고 밀려온들 그러나 어찌하려나 외오라지 외로움 외홀로라 나그네 서러워라 모래사장 결 따라 빛나는 물비늘로 지나간 노랫소리로 사랑하겠노라 웅어리며 영겁의 만남마저 찰라로 짝사랑 하였노라 밀려오고 쓸려가며 흐놀리기를 외홀로 사랑하리라 늘 그리 그리하리라.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11. 낙엽의 꿈: 낭송 김경영/ 시 김소엽 

가을이 되면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 놓고 나는 떠나리라 
나뭇잎이 가지 위에서 미련 없이 떠나가듯 당신의 가난한 사랑에서 소리 없이 떠나리라 
가을이 되면 황금 들녘을 지나 물색 하늘에 닿으리라 
떨리는 음향 빛 고은 노을 지나 하늘이 쏟아져 내리는 그곳까지 
바람에 날려도 좋으리 당신 가슴에 가을 하늘 한 자락 옮겨 올릴 수만 있다면 
가을이 되면 섧디 섧은 몸 종추 되어 울리리 몸은 언제나 슬프고 정신은 낙엽처럼 외로운 것  
가을이 되면 낙엽지는 숲으로 가리 낙엽져 눈 내리는 가을 숲에 서서 가버린 사랑을 추억하노니 
사랑이여 떠날 때가 되면 나뭇잎이 가지 위에서 떠나가듯 나 또한 그렇게 떠나겠지만 
우리 지순했던 사랑만은 열매로 남겨 두련다 

낙엽의 꿈은 대지의 품에 돌아와 죽어서 다시 사랑을 싹틔울 생명의 봄을 꿈꾸나니 
비로소 누리는 평안과 안식이여 가을이 되면 낙엽지는 숲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배우련다 
되도록이면 단풍비 눈 내리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이별의 때를 택해서 지고한 정신의 알맹이만 남겨 사랑의 종추가 되리라 
대지의 종 울리듯 당신의 겨울나무 표피 같은 단단한 영혼 흔들어 깨울 수만 있다면 가을이 되면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 놓고 나는 떠나리라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2. 깨 터는 날: 박산 

 갓 시집온 새색시가 밭에 나간 시엄니 대신 
 멍석 위에 홑이불 깔아 놓고 
 깻단 거꾸로 들고 사알살 흔든다 

 좌르르 쏟아지는 옹골진 재미 
 깨알 땀방울 콧등에 송송 
 논일 나갔던 신랑 고샐 못 참고 뒤로 슬며시 
 개미허리 색시를 안고 깨를 턴다 

 까르르르 호호호 
 깻단 넘어지는 소리 
 방문 닫히는 소리 
 요란한 깨 볶는 소리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29쪽) 

* 진흠모 이끎이/ 시인 

13.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1912-1996)/낭송 이생진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1937년 가을) 

*마가리: 오두막집. 출출이: 뱁새. 고조곤이: 소리없이/고요히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담론: 백석이 자야에게 준 시 입니다. 자야는 평생 이 시를 품고 살았습니다. 
           오늘도 이 자리에서 읽으신 시는 사랑이 많습니다. 
           시는 사랑입니다. 
           오늘도 여기 시가연으로 물어물어 나를 찾아와 책을 한 권(자신의 수필집) 주시고 간 분이 있습니다. 
           내가 40년 전 성남중학교 선생 할 때, 선생님 몇 분과 용유도에 갔었는데 그 때 만난 분이, 본인을 소개하며 
           나를 기억하여 찾아와 이 책을 주고 갔습니다. 나는 기억을 못하는 그때, 내가 무슨 쓸 때 없는 얘기를 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일동 웃음). 

           백석과 자야가 이런 시를 주고받지 않았다면 이 분들도, 사랑이 무의미했겠지만

          이 자리에 있는 우리도 무의미했을 거란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사랑을 마음 놓고 하세요. 오늘도 김영진님이 ‘내가 백석이 되어’를 낭송했습니다. 

 

           사랑을 참으면 시 한 편 안 나옵니다. 누가 뭐라 하면 내가 하라했다 하세요, 참지 마세요.(중략) 

 

 

 
* 양숙 시인이 식물을 노래한 ‘꽃버치(책과 나무)’참석한 모든 이들과 나눔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진흠모 구좌문학 조선희님께서 햇귤을 보내주셔서 모두 맛있는 나눔 했습니다. 조선희님 고맙습니다.  

* 윤정순님이 처음 참석하셨고 오랜만에 안초운 이숙자 황순남 님 등이 참석하셨습니다. 

 

 

 

 

* 뮤직스케치 김학민님의 노래와 김수정님의 판소리와 유재호님의 시 노래가 있었습니다. 

* 음유시인 현승엽과 함께하는 이생진 시인의 퍼포먼스로 시월의 밤을 보냈습니다.

 

 

                        제주 진흠모 구좌문학회 동인지 '동녘에 이는 바람' 출판기념회 동인들과 함께하신 이생진 시인     

 
  

                                            제주 서귀포 솔동산문학회 고현심님 초청으로 동인들과 함께하신 이생진 시인(2018.11.03)


 

이생진 시인의 38번째 시집 '무연고(작가정신)' 외 서문집 '시와 살다', 산문집'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3권 11월 20일 출판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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