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뭐였지?

박산 2018. 2. 5. 10:11


 


고기가 뭐였지?


 그 나물에 그 밥을 먹는데 
 젓가락 두 짝이 따로 논다 

 간절히 고기가 먹고 싶은 투정이지만 
 더 배고팠던 시절을 잊은 게 분명하다 

 냄새 나는 곳으로 코를 킁킁거리며 
 쓸개 빼 놓고 몇 날을 낮게 기었다 

 드디어 걸렸다 붉은 고깃덩이가 
 입이 미어지게 씹고 또 씹었다 

 먹은 만큼 늘어나는 貪心이 
 순식간에 性慾화 했다 

 푸짐하게 씹혀야 뭐든 맛있다 
 가득 채워져야 잠이 들었다 

 모든 걸 뽑아야 만족하게 됐다 
 재화도 정액과 같이 

 핏줄에 기름이 너무 끼었다 
 편애한 食貪의 당연한 결과다 

 어눌해진 말투로 이봐 어디 갔어! 
 떠나간 여인을 불렀다 정신없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는 이야기 
 재밌다 정말 재밌다 

 춘삼월 봄똥 달래 고추장 보리밥 비벼 
 보리방구 뿡뿡! 고기가 뭐였지? 

 그 나물에 그 밥을 먹는데 
 젓가락 두 짝이 같이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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