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박사 이 사람아! -
직장 은퇴하고 부쩍 더 친해져서
문자 소통이야 자주하며 살고 있지만
늘그막 다시 시작한 공부로
강의와 논문 쓰기 그리고 학회 일로
얼굴 보는 게 뜸했던 벗 석순이를
12월을 핑계로 만났습니다
소문난 식당에서 육개장이 나왔는데
주섬주섬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집에서 들고 온 검고 노란 현미밥을 꺼내
익숙한 듯 풍덩 말아 먹습니다
당 수치도 그리 높지 않은데
이 친구 과민반응 아닌가? 했지만
이런 정도의 실천하는 노력에 내심 놀랐습니다
술 담배를 절제 못하고 살아온 나와는 반대로
평생 술 한 잔도 마실 줄 모르고
담배도 피울 줄 모르는 성실한 인생살이
예순넷 나이에 논문 쓰기에 몰두하는 심성이
이물 없는 오랜 벗이지만 존경스럽기조차 합니다
이 얘기 저 얘기 살아온 얘기들을
커피 몇 모금으로 넘기다 보니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겨울 어둠을 보고서야 헤어졌지요
불과 몇 달 만에 본 그의 얼굴에
늘어난
잘고 굵은 주름들이 깊게 느껴졌습니다
"윤 박사 이 사람아! 이제부터는 좀 대충 살자!
비즈니스석도 좀 타고 좋은 호텔도 가 보고
일본 가거들랑 값싼 숙소만 찾지 말고
료칸에 들어 가이세키 요리도 좀 먹어보고....
돈 쌓아 놓으면 뭐해! 지고 갈 것도 아닌데"
* 윤석순(1954- ) 홍삼 박사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7번 국도 (0) | 2018.02.12 |
---|---|
고기가 뭐였지? (0) | 2018.02.05 |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03 (0) | 2018.01.18 |
거문도에서 날아온 시 (0) | 2018.01.03 |
쾌설快說 (0) | 2017.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