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극장」 56쪽 말마투리 마음이 허허로운 날은 동심에 젖어 누군가에 편지를 쓰고 싶다 편지 속 스크린 주인공은 다 어리고 엑스트라는 다 어른이다 아련하게 *피끗 떠오르는 어린 날 그 때 그 아이의 까르르 웃던 목소리도 듣고 싶다 잠지 내 놓고 아장거리던 그 걸음으로 발음이 훨씬 진보한 지금의 언어를 들려주고 싶다 힘들었던 얘기 말고 맛있었던 혀의 수다로 불룩하게 배 불리고 싶다 그래도 **말마투리 남아 채워지지 않는다면 소싯적 어깨동무로 깡충깡충 뛰고 싶다 편지 말미에는 안녕이란 말 대신 그냥, 실없지만 세련된 말 '사랑한다' 쓰고 싶다 * 피끗: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빠르게 잠깐 나타나 보이는 모양 ** 말마투리: 말을 다하지 않고 남긴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