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之微笑」윤영호 사진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52쪽 「내가 낸 길」 자주 다니는 뒷동산 숲에 사색을 위한 나만의 길을 냈습니다 가시덤불을 잘라내고 풀 뽑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지요 하루 두어 시간씩 닷새에 걸쳐 장갑 낀 손노동으로 한 쉰 걸음 정도의 길이 났습니다 호젓하게 들어 있다가 모기에게 수없이 물렸지만 다람쥐도 만나고 새 소리도 듣고요 한 해가 지났습니다 두 해도 지났습니다 백 걸음 정도로 길어졌습니다 혼자 다니는 길이 영원히 혼자일 수는 없겠지만 이백 걸음을 원치는 않습니다 노란 숲에 난 두 갈래 길에서 이 길 저 길 망설였던 시인을 뵌다면 직접 길을 내시지요?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도 나는 숲을 보고 있습니다 어디에다 나만의 길을 또 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