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소풍 끝낸 풍경」 불알이 어찌 생겼는지조차 잘 아는 친구가 죽어 장례식에 갔어요 죽은 이유는 말 안 할래요 병으로 죽었건 무엇으로 죽었건 소풍 끝낸 건 다 마찬가지니까요 좀 더 같이 놀지 못하고 성질 급해 먼저 간 빙신 같은 놈 말해 더 무엇 하겠어요 그래도 살아생전 오랜 세월 죽여 죽어라 같이 다닌 정리情理가 그게 아니거든요 문상객이 많던 적던 조화가 많던 적던 부조금이 많던 적던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같이 놀던 친구들이야 쓴 소주 한 잔에 눈물 고인 짠한 마음으로 ‘잘 가라’ 할 밖에 그런데 말입니다 화장터 불구덩이 방향으로 자리 잡은 방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검은 리본 두른 내 친구 놈 얼굴 사진은 제법 근엄한 척 합니다 진즉에 혼 빠진 관 속 제 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