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3

사유思惟의 끝에는

사유思惟의 끝에는 ㅡ 나뭇잎 떨어지고 단풍 진들 북풍한설 몰아친들 내 알 바 없으니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해 잔뜩 걸린 세파에만 중독되어 세상 탓하며 산 게 바로 어제였는데 흰 수염 검버섯이 안면 주름을 파고드는 오늘 이제서야 내 인생에 핑계 없음으로 풍치전체風馳電掣의 세월을 깨닫고 습관 되어 올려보는 허허로운 하늘에는 콩 볶듯 쫓기던 내 삶의 편린들을 뭉게뭉게 구름으로 꺼내어 아는 척이지만 정작 나는,,,. 짐짓 시치미 뚝 떼는 딴청으로 새순 나고 꽃 필 제 또 몇 번일까 천지조화를 헤아리고 또 헤아리다 결국은 우주의 티끌 됨에 얼굴 붉힌 헛기침으로 오늘은 누굴 만나 막걸리를 마실까 이 생각이 들자 맘이 좀 놓인다

2022.01.23

자기 기준

자기 기준 ㅡ 3만 원이 넘는 짜장면 10만 원이 넘는 탕수육 얼핏 이해 안 가는 가격이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 호텔 중식당 가격입니다 혹자가 말하길 짜장면이 해 봐야 짜장면이고 탕수육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일맥 지당한 말씀이긴 합니다만 거긴 또 그곳만의 비싼 맛이 주는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살고 있는 동네 인근을 잘 둘러보면 허름하고 오래된 중국집에는 의외로 정통 청요리 맛을 잘 내는 짜장면 탕수육 고수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횟집도 1인당 수십만 원짜리 오마카세가 있고 가까운 벗이 가 보았다는 한식 오마카세도 있답니다 문제는 자기 기준으로 그들 존재의 부정을 넘어 분노하고 증오하는 데에 있습니다 나는 1400원짜리 막걸리를 즐겁게 마시면 되고 당신은 당신의 술을 마시면 되지 않을까요

2021.12.13

꼰대 Song

꼰대 Song ㅡ 너 나 할 것 없이 제맛에 먹고 마시며 제멋에 산다지만 그중 내가 제일로 꼴통이다 호프집 치킨 시켜 놓고 막걸리 달라 성화고 예의 갖추는 자리라도 가려면 빨간 단색 넥타이만 고집한다 어디 그거 뿐이랴 칠칠치 못한 가슴속엔 아프고 쓰렸던 잿빛 기억들이 주인도 버리는 걸 잊어버린 창고 구석탱이 삭은 고무호스같이 똬리를 틀고 있다 털어낼 건 훌훌 털어버리고 지울 건 하나 둘 다 지우면서 이 길 저 길 새로 난 길 다 가 보련다 "라때는...!" 해 봐야 꼰대 소리밖에 더 듣겠나

202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