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꼬락서닐 알아야지 - 올 쉰일곱 은퇴 코앞인 경철씨봉급쟁이 마누라로 애들 키우랴 알뜰 살림하랴 눈가 잔주름 쪼글쪼글 예뻤던 손등 푸른 심줄이 금을 그었는데 그 손에 쥔 장바닥 싼티 가방이 어찌나 싼티를 더하는지 마침 만기된 보험료 쌓인 이자 찾아가라는 통지 받고 ‘에라 이참에 마누라 명품 가방 하나 사주자’모처럼 통 크게 마음먹고 Bottega, 프라다, Gucci, Cartier, Tiffany, 베네통…‥ 목에 힘 빳빳하게 주고 백화점 명품 코너를 걸었다 눈에 별이 켜진 마누라 삼십 년 결혼 생활에 이리 살판 난 얼굴 보긴 처음이다익숙하게 고르는 모습이 ‘저게 내 마누라 맞나’ 순간 낯설었다 어정쩡하게 팔짱 끼고 딴청 부리던 경철 씨이쪽 저쪽 실실거리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무늬 가방 하나 집..